“비 와도 물 안빠져 수막 형성
돌발상황 때 제동안돼 사고로
미끄럼 방지시설만으론 한계”
비만 오면 차량 전도사고를 부르는 부산 기장군 곰내터널의 설계상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아직 보완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뒷북행정’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보름 동안에만 곰내터널에서 유치원 버스를 비롯한 차량이 3차례나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비 오는 날로, 기장군 철마면에서 정관신도시로 가는 방향에서만 전도사고가 발생해 ‘마(魔)의 구간’이란 말까지 생겼다. 부산시 등은 운전자 부주의, 과속, 포장면 마모로 인한 미끄럼 사고를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우선 10억 원을 들여 정관신도시 방향 곰내터널의 포장면에 홈을 판 미끄럼 방지시설 ‘그루빙’(grooving)을 설치키로 했다. 부산경찰청도 곰내터널이 있는 정관산업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80㎞에서 70㎞로 낮췄다.
그러나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임창식 박사가 곰내터널 안팎을 정밀 조사한 결과,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정관신도시로 가려고 곰내터널에 들어선 후 약 100∼130m 지점에서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았다. 좌우 경사(편경사)가 1.5∼2%는 돼야 하는데 이 구간의 편경사는 0.15∼1.2%에 그쳐 거의 평지였다. 따라서 미처 못 빠진 빗물이 터널 안 도로 중간에 고여 수막을 형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곰내터널의 정관신도시 방향 도로는 입구부터 출구까지 1830m 구간이 계속 내리막길이었고, 터널 입구 앞 도로면도 울퉁불퉁했다. 임 박사는 “곰내터널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갖추거나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빗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곰내터널에서는 지난 9월 2일 유치원생 등 23명이 탄 버스가 정관신도시 쪽으로 달리다가 빗길에 넘어졌고, 같은 달 12일에는 트레일러, 닷새 후인 17일에는 3.5t 트럭의 전도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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