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종 충북지사
지역현안 쓴소리 ‘현장 행정가’
민감한 정치문제엔 즉답 피해
풀베기 대신 생산적 공공근로
도시 유휴인력 中企·농촌 투입
청탁금지법, 치유책없이 시행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우려
항공정비사업, 황금알 아니다
부지는 유상 분양·회수할 것
정부, 수도권 규제완화 철폐를
지역균형발전 정책 수립해야
지난 9월 27일 충북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시종 지사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중앙무대를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민감한 정치문제를 꺼내면 “시험에 들지 말게 하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충청권의 ‘잠룡’들이 대권후보로 급부상하며 한국 정치지형과 권력구조에 대변혁이 예상되는 국면을 맞아서도 “잘 모른다”며 너털웃음으로 대신해 대화가 진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슈로 부상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부작용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수도권 규제완화 등 지역민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과 법률의 문제점 및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몸을 낮춘 ‘현장 행정가’로서의 모습만 부각시켰다.
―최근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농어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등 부작용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도정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청탁금지법이 나름대로 경제·사회·법의 정의 측면을 강조하는 건 좋은데, 나중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득재분배와 민간경제에 미치는 충격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방안 없이 시행돼 농어민과 상인·음식점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청탁금지법으로 국산 농·수·축산물 가격 하락이 불가피해져 결과적으로 ‘수입농산물소비촉진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 지금 기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농어민 피해가 심각한 만큼 수입농산물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등 대개혁이 시급하다.”
“일자리 문제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첨단산업과 신산업, 신성장동력, 벤처기업 등 고도의 두뇌 경쟁력을 가진 쪽으로 나가는 것만 일자리 개념으로 보는데,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다. 나머지 대부분 국민의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외국인 노동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생산가능인구가 2100년 이전에 외국인이 더 많아질 때가 올 것으로 보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충북도에서는 과거의 풀베기 등을 지양하고 특수시책으로 생산적 일손봉사와 생산적 공공근로 등 ‘생산적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의 유휴인력들을 농촌과 지방의 중소기업 등 일손이 부족한 곳에 투입해 생산적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농촌의 인력난 해소와 중소기업 활성화 등의 효과가 나타나 농민들과 기업인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수도권 규제철폐 목소리가 커져 충북을 비롯해 비수도권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충북의 전략은 무엇인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는 더 많은 집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유발과 비수도권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해 지역경제를 말살하는 지역 죽이기 정책이나 다름없다. 지방이 살고 지역이 균형 발전돼야 국가도 균형 있게 발전한다. 정부는 선(先) 국가 균형발전, 후(後) 규제합리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지방을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건의하고 대응논리도 개발하면서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이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
―민선 6기 최대 공약이자 화두는 ‘전국대비 4% 충북 경제 달성’인데 그동안의 실적과 향후 추진 계획은.
“충북 경제는 전국대비 만년 3% 선으로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의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오는 2020년까지 4%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반드시 실현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나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과 경기침체 등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투자 등 대규모 고용창출 대기업과 중견기업 유치 및 외국인 투자 유치가 확대되고 있어 현재 추세라면 4% 충북 경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6대 신성장 산업(바이오, 태양광·신에너지, 화장품·뷰티, 유기농, 신교통·항공,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과 4대 유망 산업(고령친화, 기후·환경, 관광·스포츠, 첨단형 뿌리기술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충북형 복지·문화 체육 관광·균형발전 사업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겠다.”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청주국제공항 항공정비(MRO)사업의 최대 파트너로 지난해 협약까지 체결했던 아시아나항공이 1년여 만에 참여를 포기해 사업 무산 논란이 제기되는 등 큰 차질을 빚게 됐다.
“MRO 사업은 미래산업이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청주공항은 면적이 협소한 데다 추가 이용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참여를 포기했다고 MRO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것은 절대 아니다. MRO 사업에 투자되는 452억 원의 예산도 날린 것이 아니라 그 부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앞으로 항공운항과 부품제조, 비행훈련, 부품시험평가 등 항공 관련 복합산업체 유치로 범위를 확대 추진해 나가겠다. 부지는 유상으로 분양·회수해 도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인터뷰 = 윤경준 한성大 교수·노성열 전국부장 nosr@munhwa.com
정리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프로필>
이시종(69) 충북지사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7년째 도백을 역임 중인 웃어른급 ‘목민관’이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광부·참외장수·지게꾼 등을 하며 고학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 충북도 법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강원도 기획담당관, 내무부 행정관리담당관, 대통령 비서실,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등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쌓은 행정 경험을 토대로 1995년부터 내리 세 차례나 충주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2004년 4월 제17대 총선 때 국회로 진출한 뒤 18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데 이어 2014년 재선하는 등 총 7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불패의 사나이’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본 사람만이 서민의 아픔을 안다”는 말을 자주 쓰는 그는 대표적인 ‘서민 도지사’로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지독한 일벌레로 소문이 자자하다. △충주시장 △17·18대 국회의원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장 △충북도지사(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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