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반대하며 9월 27일 시작된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 4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1988년 이후 장기파업은 모두 9차례나 있었고, 가장 길었던 파업은 노조가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 설립과 철도 민영화에 반대했던 2013년 파업으로, 23일이나 계속됐다. 이 기록은 이번에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파업 참가자들에게 파업 24일 만인 오는 20일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사법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했는데, 20일 당장 파업을 중단한다고 해도 이미 최장기 파업이 된다.
문제는 성과연봉제다. 성과연봉제는 경제활동의 정의를 구현하려는 제도이며 진정한 경제민주화 작업이다. 놀면서도, 뼈 빠지게 일한 사람과 똑같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비도덕을 넘어 사회 정의에 반한다. 열심히 일할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서비스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민간부문과 달리 공공부문의 경우에도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공공기관은 공공성 제고를 위해 대체로 비계량적이고 무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성과를 명확한 수치로 제시하기 곤란하고 개인단위로 성과를 구분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도대체 성과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대학에서도 ‘노벨상 받을 논문 한 편과 쓰레기 같은 논문 100편 중에 어느 것이 더 성과가 있는가’ 하는 논쟁이 계속된다.
그러나 공기업이라고 해서 성과연봉제의 예외를 둘 수는 없다. 우리 공기업의 낮은 노동 생산성은 연공서열 급여 체계에도 큰 원인이 있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영국·독일·호주 등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이미 성과연동임금제(Performance-related Pay)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정부의 조치는 그 첫걸음을 떼려는 것이다. 현재 민간기업에서는 호봉제(號俸制)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미 119개 국가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한국의 물류 시스템에 일대 충격을 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이어 철도파업으로 한국은 물류대란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도파업으로 이미 피해액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또한, 경기침체, 자동차 업계의 파업, 청년실업 등 어려운 경제 여건에다 북한의 핵실험, 지진과 홍수 등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업이 한 달을 넘어서면 KTX 운행률마저 60%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경제적 타격에 이어 국민의 일상생활에도 불편이 본격화한다.
철도노조의 생각은 국민에게 이미 충분히 전달됐다. 이제 철도노조도 성과 연봉제 도입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어떤 형식의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것인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성과평가의 공정성 담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객관적 평가지표 개발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관 특성에 맞는 평가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하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비상수송 대책을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 더 이상의 철도파업은 명분이 없다. 공공기관의 성과주의는 공공이익을 침해해 오히려 국민 피해를 초래한다는 노조의 명분은 공허하게 들린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철밥통들의 정치파업이라는 오해만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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