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국제회의 폐막 강연, 그리스 코우조사나시스 연구관

“국외 문화재 환수는 소송이 아니라 정확한 기록과 감독,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국민적 반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전 세계 8개국 23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제6차 문화재 환수 전문가 국제회의가 19일 ‘경주 권고문’을 채택하고 폐막한 가운데 강연자로 나섰던 크리스토스 코우조사나시스(사진) 그리스 문화체육부 학예연구관이 자국의 환수 사례에 비춰 한국 문화재 반환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코우조사나시스 연구관은 “그리스도 한국 못지않은 문화재 피탈국이다. 터키의 오랜 지배와 제1,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이탈리아 등의 도굴과 불법 유출로 아직도 많은 문화유산이 해외 곳곳에 흩어져 있다”면서 “이를 환수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당 문화재의 불법성을 입증하고 협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우조사나시스 연구관은 ‘파르테논 부조(Parthenon Sculptures)’와 ‘미케네의 황금보석(Aidonia Treasure)’을 한국이 참고해야 할 만한 사례로 제시했다.

파르테논 부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인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벽에 붙어있던 조각상이다. 이 부조는 1801년 토머스 브루스 엘긴 주터키 영국대사가 반출해간 이래 현재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약 400년간의 터키(오스만) 지배에서 벗어나 1832년 독립한 그리스는 이후 현재까지 184년 동안 끊임없이 이 부조의 반환을 요청해 왔다.

코우조사나시스 연구관은 “부조가 파르테논 신전에서 불법적으로 뜯겨나갔다는 것은 전 세계가 인정한 사실”이라며 “이런 기록을 근거로 그리스 정부와 국민의 반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제 우리는 부조의 환수가 시간문제라고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케네의 황금보석은 1978년 그리스 남부 지역 미케네 무덤에서 도굴됐던 황금 장신구를 말한다. 도굴된 지 14년 후인 1992년 미국 뉴욕의 워드 갤러리가 황금보석을 사들이기 위해 그리스에 도난 여부를 물었다가 반환 요청에 부딪히자 거절했고, 그리스가 소송을 냈다. 하지만 그리스는 비용 등의 이유로 중도에 소송을 포기하고 대신 다각적인 협상을 통해 1996년 기증 형식으로 돌려받았다. 코우조사나시스 연구관은 “이처럼 문화재는 소송이 아닌 국제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협상을 통해 환수해야 한다. 여기엔 출처조사가 필수적이며 문화재의 기록과 감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해외에 퍼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는 20개국에 걸쳐 16만7968점.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경주 권고문에서 ‘각국은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 협력하고 정보 교류 네트워크를 강화하자’고 선언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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