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미디어룸에 김밥이 등장했다. 어디선가 남은 김밥이라면서 미디어룸에 ‘배달’됐다.
지난해까지 이 대회 기간 중엔 취재진에게 식사가 무료로 제공됐다. 하지만 이른바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따라 취재진용 식권이 사라졌다. 국제적인 관례에 어긋나는 일이다. LPGA투어 타이틀이 붙는, 그러니까 LPGA투어가 주관하는 대회는 미국에서 개최되든 미국 밖에서 개최되든 미디어룸 옆에 식당을 운영하고 취재진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찾은 해외 취재진은 낯선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아산시 등 충남도 일원 15개 시·군에서 제97회 전국체육대회가 분산 개최됐다. 그동안엔 대한체육회와 시·도체육회 임직원, 그리고 취재진에게 경기장을 오가는 교통편이 제공됐지만 올해 중단됐다. 역시 청탁금지법 때문이다. 취재진은 시와 시, 시와 군 사이를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을 빼앗겼다.
취재진에게 식사와 교통편 등을 마련해주는 건 편의 제공 이상의 의미가 있다. 먹고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 충분한 취재 시간을 보장, 알찬 보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특히, 교통편은 안전확보라는 취지가 있다. 수백, 수천 명의 취재진이 낯선 곳에서 대중교통, 자가용을 이용해 취재활동을 펼치게 되면 큰 혼잡이 빚어질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전국체전엔 체육회와 시·도체육회 임직원 200여 명, 취재진 800여 명이 참가했다.
그래서 올림픽과 같은 빅 이벤트에선 조직위원회가 교통편을 취재진에게 제공하는 게 일종의 의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한 전 세계 취재진은 6000여 명 수준이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취재진의 수에선 큰 차이가 없다. 올림픽처럼 국제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 역시 취재진에게 교통편을 제공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477일, 1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체전의 예에 비춰 본다면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교통편 제공 등 취재 지원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지구촌 곳곳으로 전하기 위해 모여드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취재진에게 의무이자 관례인 교통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결례가 된다. 올림픽의 원활한 진행은 물론 홍보를 중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취재 지원에 인색할 경우 ‘제동’을 걸 수도 있다. IOC는 미디어를 올림픽과 스포츠 발전의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한 달 뒤인 11월 23일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의 예행연습인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다. 테스트 이벤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시설과 운영을 점검하는 무대이기에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취재 지원 역시 테스트 이벤트의 점검 대상이다. 법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과도하고, 경직된 법 해석이 계속된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취재와 보도가 위축될 수 있다. 취재 지원과 특혜는 분명히 다르다.
j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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