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논란을 지켜보면서 올해 초 노벨상 위원회가 1965년 문학상 후보 리스트를 공개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선정 과정을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누가 후보에 오르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노벨 문학상 발표 시즌이 되면 영국 도박 사이트 순위가 심각하게 보도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되풀이됩니다.

50년이 지나 드디어 공개된 1965년 문학상 후보에는 쟁쟁한 작가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문제적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포함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서머싯 몸, 파블로 네루다, 사뮈엘 베케트…. 그해 수상자는 ‘고요한 돈 강’의 미하일 숄로호프였습니다.

‘이상적인 방향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 노벨 문학상 선정 기준이지만 이들 중 어느 작가가 가장 뛰어난지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저 시간이 말할 뿐입니다.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시간의 중력을 견디고, 모든 것을 바래는 시간의 광휘를 이겨내 여전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것이 위대한 문학이겠지요. 그런 작품이 고전입니다.

최근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문학동네)가 나왔습니다. 고전 중의 고전이기에 꽤 많은 번역본이 나와 있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몇 권 없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전쟁과 평화’는 박형규 러시아문학회 고문이 1988년 범우사 세계문학 시리즈로 내놔 ‘전쟁과 평화’ 최고 정본으로 평가받은 책입니다. 일본어나 영어 중역본 속에서 거의 유일한 러시아어 번역본이기도 합니다. 이 판본이 2, 3년 전 절판되자 중고서점에서 4권 1세트가 수십만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역자는 이번에 자신의 번역본 전체를 가다듬고 요즘 독자에 맞게 현대어로 고쳐 내놨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만 550여 명, 1편에 수록된 인명과 지명만 2000개에 이를 정도로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아 1권만 먼저 내놨습니다.

그러고 보니 톨스토이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톨스토이는 1901년 노벨상 첫해 수상자로 유력했지만 상은 프랑스 시인 르네 쉴리 프리돔에게 돌아갔습니다. 당시 극작가 스트린드베리를 포함해 스웨덴 작가와 예술가 42명은 톨스토이에게 이 잘못된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50년이 지나 올해 노벨상 후보 리스트가 공개된다면 딜런에게 고배를 마신 작가들은 누구일까요. 언론에서 언급된 필립 로스, 조이스 캐럴 오츠,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응구기 와 시옹오, 고은 시인 등일까요. 50년후라면 이 세상도, 문학도 굉장히 많이 변해있겠지요. 그런 변화를 겪고도 살아남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문학일 테지요. 그때 여전히 사랑받는 위대한 작가는 누구일까요. 이들의 작품을 펼쳐 직접 예측해 보시는 것, 어떠신지요.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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