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정부·야당간 대화” 제의

극심한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4일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깜짝 회동’을 가졌다. 교황청은 마두로 좌파 정권과 우파 야당 간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30일 마르가리타섬에서 양측 간 회담을 중재하기로 했지만, 정국 대치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이날 밤 마두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적인 회동을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두로 대통령을 포함한 베네수엘라의 각 정당에 국민, 특히 빈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용기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두로 대통령에게 모든 사람이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새로운 차원으로 사회적 결속력을 발전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만남은 마두로 대통령이 중동 산유국들을 순방하던 중 공식 예고 없이 갑작스레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가 기조 속 정책 실패로 경제 파탄 상태를 낳은 마두로 정권은 현재 야당의 탄핵 추진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탄핵 절차의 일환인 국민소환투표 청원 본서명 수집절차를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야권은 23일 강력한 반발에 나서 마두로 행정부를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어 야권이 국제적 압력과 대규모 시위로 마두로 정권과 싸울 것을 맹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의회로 난입한 정부 지지자들과 야당 의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정국 대치 속에서 베네수엘라 여야는 교황청에 갈등 중재 역할을 맡기는 데 합의했다.

회동 이후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파견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당 간의 대화를 제안했다. 이에 양측 대표는 교황청과 남미국가연합(UNASUR)의 중재하에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섬에서 30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야당연합의 예수스 토레알바 대표는 “어두운 투쟁의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게 해줄 등불을 갖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지만 여권에서는 야당이 교황을 보호막으로 마두로를 축출하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어, 향후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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