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논설위원

지난 20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기대했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을 보면, “확장 억제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말만 있을 뿐, 전략자산은 언급조차 없었다. 이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전략적으로 어떤 것을 한다, 안 한다 특정하는 것이 전략적이지 않다는 입장으로 이해하면 적절할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번 SCM 직전만 하더라도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합의에 자신감을 보이며, 그것을 이번 SCM의 대표적 성과인 양 홍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현실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김칫국부터 마셨다는 비판도 있다. 첫째, 비용 문제다. 전략자산을 전개·배치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런데 미국도 국방예산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둘째, 전략무기 운용 계획을 새로 짜야 하는데, 미 전략무기를 필요로 하는 곳은 한반도만이 아니다. 미국이 현재 군사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중동 지역은 물론, 동유럽과 남중국해 지역에서도 미국의 전략자산이 요구되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트 3국은 물론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도 미국의 전략자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의 팽창 움직임으로 인해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별도 비용을 지불할 의사도 없으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일부를 한반도에 묶어놓으려는 한국의 희망 사항에 미국이 그냥 동의해 줄 리 만무했다.

이미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바 있다. 바로 ‘사드(THAAD)’다. 그런데 정치적·사회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며, 아직도 최종 해결되지 않았다. 하물며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도 이러한데, 과연 공격용 전략무기를 배치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일부 태도와 관련, 한국이 한·미 동맹을 ‘항구적 가치동맹’이 아니라 ‘일시적 대북(對北)동맹’로 간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 또 만약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 부근에 배치된다면, 그것은 일본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일 관계 군사협력 수준이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나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같은 제도적 장치도 부재한 상태다.

아무리 뜻이 맞는 친구라 하더라도 매번 도와달라고 매달리기만 해선 ‘진정한 우정’으로 발전할 수 없다. 동맹은 ‘선의(善意)’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이익’이 결합해야 한다. 과거 미군 철수를 막은 것은 월남전 참전 덕분이었다. 지난 19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및 작전 권리와 한·미 글로벌 협력이 새삼 강조된 의미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부담’으로만 여겨진다면, 그 우정은 오래갈 수 없다. 울면 젖을 주는 것은 아이일 때뿐이다. 한·미 동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진하는 전우 관계’여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sjhw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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