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용산키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던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24일 예전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는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온라인 직거래 탓 손님 급감 주변 면세점·호텔 건립 변화 도시재생지역 탈바꿈 모색 원효상가에 디지털 랩 조성 멀티공대 연합연구실도 구상
“온라인 직거래가 급증하면서 해마다 매출이 크게 줄고 있어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성경석(58) 씨. 30년 전 전자상가에 둥지를 틀고 혼수가전제품을 판매하다 현재 냉난방 용품점인 ‘허니21’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이젠 썰렁한 풍경이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설립 31주년을 맞은 용산전자상가의 모습에선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제품 유통상가라는 명성이 온데간데 없었다. 전자상가를 구성하고 있는 원효상가 등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것은 물론, 문 닫은 빈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용산구가 이처럼 침체된 용산전자상가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구는 도시재생을 통해 그동안 낙후됐던 전자상가 일대를 ‘정보기술(IT)·관광·쇼핑이 결합된 첨단산업의 메카’로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상가 주변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용산전자상가의 부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용산 민자역사 내에 HDC신라면세점이 입점했고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1730객실) 관광호텔 3개 동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다. 용산전자상가는 ‘2단계 서울형 도시재생활성화 지역’ 후보지(8곳) 중 한 곳이다.
구는 지난 6월부터 서울시 및 전문가, 지역사회 주체들과 함께 ‘아이디어 캠프’를 10여 차례 진행해 핵심사업 3개 등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핵심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新) 전자산업 생태계를 위한 ‘디지털 랩(Digital Lab·조감도)’ 조성이다. 서부T&D 용산관광호텔 개발에 따라 공공기여(기부채납)로 확보한 원효전자상가 시설(6003㎡)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디지털 랩에는 사무실과 협업 공간, 자료실, 작업실, 세미나실, 방송국 등이 들어선다.
‘멀티 공대 연합연구실’ 조성에도 나선다. 경부선, 경원선 등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서 용산전자상가에 전국의 공과대학 연구실들을 모으고 창조인력의 집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구는 디지털 랩과 이미 조성된 서울 디지털 대장간, 글로벌 창업센터, 무한창의협력공간 등 주요 시설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거점시설 연계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가가 내년 2월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최종 선정되면 시로부터 4∼5년간 최대 200억 원의 마중물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전자상가가 IT·관광·쇼핑이 결합된 신 전자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