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복 인천시장
문화·복지·교육부문 과감투자
시민들 행복 체감지수 높일 것
집권 초엔 예산 1兆가량 부족
허리띠 맸더니 재정운영 여력
중앙집권적인 사고방식 깨야
지방자치 건강한 발전 이뤄져
경기·강화島 합치는 행정개편
국가 경쟁력 관점서 추진돼야
지방자치경찰 도입 시기상조?
개헌 논의 때 모종의 역할 할 터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시청 본관의 작은 접견실에서 이뤄졌다.
유 시장의 얼굴에는 그동안 천문학적인 부채와의 전쟁,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사고 수습과 안전 운행,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등 산적한 현안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해온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그의 목소리와 태도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년간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굵직한 현안과 우직한 정면 승부를 벌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 유 시장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 주권시대’라는 구호 아래 민생·교통·환경·해양·문화 주권운동으로 시민들의 정체성을 되찾고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한마디로 시정 목표를 인프라 구축과 부채 감축의 수세에서 민생을 보살피는 공세적인 업무로 일대 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부채 문제 해결, 버스노선 개편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손대기 어려운 일을 과감하게 추진한 것을 보면 결단력이 대단하다. 혹시 예전 군수, 구청장, 국회의원 등을 역임할 때부터 인천시장을 염두에 두고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나.
“미리 준비하지는 않았다. 다만 군수, 구청장, 3선 국회의원 등을 거치면서 행정과 정치에 많은 경험을 쌓아 문제를 빨리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20년 정치를 했는데 인기 높이는 비결을 왜 모르겠나. 부채를 줄이자는 총론에는 모두 찬성하지만 각론으로 가서 자기 분야의 특정 예산이 준다고 하면 싫어한다. 하지만 바보스럽게 그 고통을 2년간 감내한 것이다.”
―인천 지역의 인프라가 많이 개선되었는데 앞으로 2년간의 플랜은.
“그동안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면 앞으로 2년간의 시정 목표는 시민 행복이다. 집권 초기에 보니까 법적으로 줘야 할 조정교부금, 교육청 전출금, 당장 갚아야 할 기한도래 상환금 등을 합쳐 예산이 1조 원가량 부족했다. 그런데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절약하다 보니 법적으로 전출해야 할 의무비용은 다 해소했다. 상환 도래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환이 도래하지 않은 부채도 조기 상환할 정도로 재정 운영에 여력이 좀 생겼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민들의 행복 체감지수가 높아지도록 문화·복지·교육·환경 부문의 재정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가는 행정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현재 실행하고 있는 민생·교통·환경·해양·문화 주권 등에 예산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내년에는 복지예산도 333억 원 편성하려고 한다.”
―이달 초부터 인천시민 주권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는데 시민들의 주권의식이라든지 정체성에 많은 변화가 있는가.
“인천 주권시대는 인천이 타 광역자치단체의 변두리나 부속품이 아니라 인천이 중심이 되는 지방자치를 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천발 KTX다. 인천발 KTX가 4∼5년 후 완공되면 인천시민들은 일단 서울로 이동한 후 지방에 내려가는 게 아니라 인천에서 직접 지방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인천이 중심이 되는 인천 주권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인천이 만일 큰 틀의 메트로, 메가폴리스, 코스모폴리스로서 전 세계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가져와야 하고, 어떻게 조직을 개편해야 서울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나.
“기본적으로 지방자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중앙집권적이고 중앙우월적인 사고방식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정부가 상위이고 지방정부가 하위라는 인식구조를 개편하는 게 첫째 과제다. 지방행정 체제 개편은 국가의 생산성·효율성 증대 차원에서 메가폴리스나 주민 생활권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도시경쟁력이 세계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인천과 부천을 합해서 350만∼400만 명 정도 규모의 메가폴리스를 만들고 강화도를 경기도로 합치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강화를 그렇게 경기도와 합치기는 어렵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공론화하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내년에 개헌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면 지방자치 문제를 상당히 전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종전의 지방에 대한 인식구조를 깨기 위한 틀이 마련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기능 이양, 재정 자주권 확보 방법 등이 실현돼야 한다. 또 현재의 행정 계층구조가 효율적이냐 하는 관점에서 수도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수도권 행정구조 개편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논쟁 구조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살려나가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지방자치경찰의 도입을 생각할 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지방의원 보좌관제, 지방자치경찰제 도입 등 요구가 불거질 때마다 시기상조 주장이 제기되는데 그렇다면 언제 도입하겠다는 말인가. 개헌 논의를 할 때 지방자치 문제를 전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갈 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 분야에 대해 정리된 생각을 갖고 강하게 역할을 할 의지가 있다.”
인터뷰 = 임승빈 명지大 교수·노성열 전국부장
정리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
<프로필>
유정복(59) 인천시장은 최연소 군수와 구청장, 3선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역임한 ‘행정의 달인’이다. 또 국내에서 장관, 시·도지사, 국회의원 등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자리에 모두 오른 4명 중 1명이기도 하다.
유 시장은 1957년 인천 동구 송림동 달동네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으며 제물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79년 22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이어 1994년 최연소 나이로 인천 서구청장에, 1998년에는 민선 김포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2004년부터 국회의원에 3번이나 잇따라 당선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인 2005년에는 비서실장에 발탁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자세로 인천시장 취임 후 2년여 동안 시정의 발목을 잡고 있던 천문학적인 부채를 줄이는 데 전력투구, 13조 원 규모의 부채를 11조 원 규모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42년 만에 처음으로 시내버스 노선에 대한 전면 개편을 단행, 인천시내의 교통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평소 자신을 갈고닦아 남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을 가진 ‘수기안인(修己安人)’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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