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일 매출 규모 54조 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60년 운영권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2009년 UAE 원전 건설 계약 체결 후 한국원전 산업이 해외원전의 운영계약 건까지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 현재 UAE 원전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둥근 돔 모양의 원전 1호기(가운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일 매출 규모 54조 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60년 운영권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2009년 UAE 원전 건설 계약 체결 후 한국원전 산업이 해외원전의 운영계약 건까지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 현재 UAE 원전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둥근 돔 모양의 원전 1호기(가운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제공
수출·건설·관리 국제적 인정 받아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업 계약 체결은 한마디로 30여 년 축적된 한국 원전 기술력과 사막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한전 직원들의 땀이 이뤄낸 쾌거다. 이는 한국형 원전을 해외에 수출,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관리 능력까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해외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기업들이 UAE 원전의 건설, 기자재 공급,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전 분야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한국경제 전반에 지대한 파급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이 같은 성과 뒤엔 사막 모래바람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한전 운영·실무진의 노력도 숨어 있다.

◇쉽지 않았던 계약체결 = 26일 정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UAE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은 UAE의 원전 발주사인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 측과 UAE 원전 운영사업에 대한 투자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적인 계약 이면에는 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한 실무진들의 피 말리는 노력이 존재했다. 이번 계약은 2012,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계약체결 시도 끝에 어렵게 이뤄낸 성과다.

특히 2014년 5월에는 계약 체결 직전, 아부다비 정부 최종 승인 보류로 체결이 무산됐었다.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약조건 의견 차이로 운영 계약이 무산위기에 놓였던 적도 있었다. 2009년 프랑스, 일본 등을 제치며 UAE 원전 건설 계약을 획득했던 영광도 60년 장기 운영권을 놓치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었다. UAE 원전 건설사업 수주금액이 약 186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였던 반면 운영권 획득을 통해 얻는 매출 규모는 494억 달러(54조 원·60년 기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올해 협상에 앞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지난 5월 ‘한·UAE 경제공동위원회’에서 그간의 계약 협상 사항을 핵심의제로 선정해 올해 안으로 투자 계약을 완료시킨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협상에서는 미결 현안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협상에 참여한 한전 원전사업본부 직원들은 당초 출장기간을 2박 4일로 예상했으나 5박 7일로 연장됐다. 여기에 협상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계약서를 재검토하는 업무가 떨어져 6박 8일간 현지에서 체류하기도 했다. 또 협상 과정에서 상대 계약자인 ENEC 측이 협상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협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기도 했다는 게 한전 계약 담당자의 전언이다.

◇중동 모래바람 속 건설 현장 = 장기 운영권 획득도 우리 건설 기술력에 대한 UAE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계획에 맞춰 어떤 사고도 없이 착실히 건설이 진행돼 내년 5월 1호기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UAE 원전 건설 현장인 바라카 지역은 바다를 접하고 있는 사막이다. 아부다비에서 자동차로 약 4시간 거리(아부다비 서쪽 270㎞)에 위치해 있으며 건설 현장 주변은 말 그대로 모래뿐인 지역이다. 자연 여건으로선 최악의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6∼9월은 혹서기에 해당하는데, 이 기간 낮 온도는 50도까지 오를 때도 있다.

여기에 모래 폭풍이 부는 날엔 모든 공사가 중단된다. 종교가 이슬람이어서 이슬람력 9월(라마단)은 공사를 관리하는 우리 직원들이 가장 신중을 기하는 때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엔 현지인들은 음식과 물, 담배를 절대 가까이하지 않는다. 단식으로 예민해진 현지인들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도 이 기간 중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이들이 공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공사부지 넓이는 가로 1.8㎞, 길이 8㎞로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한다. 인력·노무 관리도 다른 지역 공사보다 몇 배는 더 까다롭다. 건설현장에는 한전 혹은 한국수력원자력, 국내 건설사 인력 등 한국인도 있지만 주로 제3국가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필리핀, 인도 등에서 넘어온 20개국 2만여 명이 건설 현장에 상주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언어도 각양각색이어서 공사 현장의 모든 공지를 한국어, 영어, 아랍어, 방글라데시어, 네팔어, 우르두어, 베트남어 등으로 안내하고 있다. 식당도 국적별로 나누어 운영해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무 인력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게 한전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영권 UAE 원자력본부 차장은 “알코올 성분이 있는 액체를 반입하다 적발되면 곧장 비자가 취소되며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철저하게 규율 관리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절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지금까지 공사 계획에 맞추지 못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으며, 이는 우리처럼 3세대 원전 건설 기술을 갖고 있는 핀란드, 프랑스, 미국 등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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