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가을이 깊어질수록 일조량도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울적한 기분이 자주 드는데, 울적해지는 마음을 음식이 주는 포만감으로 달래려고 하는 것도 식욕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처럼 체온유지와 정서안정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음식물을 소화·흡수·배설하는 위장과 대장, 비장이 많은 부담을 받게 돼 음식은 많이 먹지만 오히려 몸은 자꾸 무기력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오늘 살펴볼 약차의 재료인 ‘후박(厚朴)’은 불규칙한 식욕과 과식으로 생긴 소화불량, 복통, 설사와 같은 소화기 질환을 다스리는 데 적합한 천연 소화제다. 후박은 맛이 쓰고 매우며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몸속에서 마치 천연 호르몬처럼 작용해 음식의 소화·흡수·배설 과정에서 영양분으로 쓰이지 못한 채 정체돼서 만들어지는 ‘담음(痰飮)’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담음은 우리 몸 곳곳에 쌓여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만일 담음이 위장에 주로 머물면 속이 거북하고 편치 못하게 되며 메스꺼움과 구토를 일으키고, 대장에 주로 머물면 대장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수분흡수를 저해해 소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알려진 불규칙한 대변습관을 만들어낸다. 또한 폐장에 주로 머물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잔기침을 자주 하며 뱉어도 뱉어도 삭지 않는 가래까지 끓게 된다.
이때 후박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위로는 폐부터 아래로는 대장까지 인체 곳곳에 단단하게 쌓인 담음을 세척해 몸을 한결 가볍고 깔끔하게 해준다. 여기에 후박의 매운맛과 따뜻한 성질이 더해지면 담음으로 인해 정체돼 있었던 기혈순환을 촉진해 위장관을 통해 정상적으로 흡수된 영양분을 전신으로 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 손발이 차면서 찬 음식만 먹으면 복통과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에도 후박이 긴요하게 쓰일 수 있다.
후박은 목련과 식물인 후박나무의 줄기나 뿌리껍질을 말려서 만든다. 후박나무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비롯한 다도해의 여러 섬에 분포하며 해변에 가까운 낮은 지대에서 자란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20년 이상 자란 후박나무에서 채취해야 한다. 나무껍질을 벗긴 후 그늘에 천천히 말리거나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햇볕에 바짝 말린 다음, 다시 증기에 쪄서 원통 모양으로 말아 햇볕에 말려 사용해야 후박의 약성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다.
후박을 차로 마실 때는 물 2ℓ에 후박 20g을 넣고 끓여준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 은근히 20분 정도 우리는 것이 좋다. 차로 끓이기 전에 후박을 생강즙과 함께 볶아주면 후박의 자극성이 완화되고 따뜻한 성질이 가미돼 후박의 약성을 더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후박 자체의 약성이 비교적 빠르고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기 때문에 임산부나 오랜 질병으로 인해 심신(心身)이 상당히 쇠약해져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복용하는 것이 좋다.
윤강대 차서레시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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