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훈 왁티 대표
레탑 코리아를 주최하는 왁티(WAGTI)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이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부터 2014 소치동계올림픽까지 5번의 올림픽에서 삼성전자의 올림픽 마케팅 실무를 담당했던 강정훈(43) 대표를 비롯해 삼성전자 출신 4명, 제일기획 출신 2명 등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강 대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한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왁티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기업 스포츠 마케팅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스포츠를 통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려면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왁티가 보유한 경험을 활용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처럼 스포츠 마케팅에 성공한 한국 기업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게 강 대표의 바람.
삼성전자는 1997년 올림픽 파트너가 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1999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31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53억 달러에 달했다.
강 대표가 삼성전자에서 나와 올해 왁티를 조직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스포츠 마케팅 활성화에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동·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개최한 경험이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5개국 정도밖에 안 된다”며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잇따라 동아시아에서 열려 스포츠 마케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왁티는 평창동계올림픽 후원사 중 2개 기업의 올림픽 마케팅을 담당하며 다른 회사들과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강 대표는 2005년부터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삼성의 런던올림픽 사무소장을 맡았다. 또 세계육상선수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 첼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쌓인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강 대표 만의 장점. 왁티가 레탑 코리아를 개최하게 된 데에도 강 대표의 인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투르드프랑스 주관사 아모리 스포츠 조직위원회 관계자가 “한국에서 레탑 두 투어를 개최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알려줘 주관사 선정에 도전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스타와 얽힌 재밌는 일화도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맞이해 삼성전자가 진행한 ‘갤럭시 11’ 프로모션 당시 가상의 축구팀을 구성할 선수들과 계약하는 업무를 강 대표가 담당했다. 월드스타인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29)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는 모두 최고의 조건을 요구했다. 메시, 호날두와 똑같은 내용의 계약을 개별적으로 맺을 수는 없었고, 메시와 호날두가 모두 스스로 최고의 계약이라고 느끼게 하는 게 중요했다. 강 대표가 찾은 묘책은 메시의 경우 계약 기간을 1년 6개월로 해 총액으로 최고액을 지급하고, 호날두와는 1년 계약을 맺는 대신 월평균 금액을 메시보다 높게 하는 것. 강 대표는 “메시, 호날두의 라이벌 의식이 굉장해 조건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하지만 계약 내용에 둘 다 만족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에게 도전은 낯설지 않은 단어다. 그는 휘문고에서 농구를 시작해 농구 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진학했지만, 1학년 때 농구를 접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동기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경영학과를 무사히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LG화재에서 근무하다 뉴욕대 스포츠비즈니스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강 대표는 “대학 친구들처럼 많은 분이 도움을 줘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며 “그 경험을 담아 회사 이름을 ‘We are greater than I’(우리는 혼자보다 위대하다)의 약자인 왁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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