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타닌 산업은 케브라초 콜로라도 나무에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의 타닌 산업은 케브라초 콜로라도 나무에서 시작됐다.
추종연 駐아르헨티나 대사

아르헨티나 최북단 포르모자 주(州)에 소재한 타닌(tannin)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타닌은 천연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무두질 공정의 필수물질이다. 아름드리 케브라초 콜로라도(Quebracho Colorado) 통나무를 빼곡하게 실은 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타닌의 원료로 쓰이는 이 통나무는 수령이 40년은 족히 돼야 타닌이 축적된 적목질(赤木質)이 충분히 형성돼 상품가치가 있으며 1t당 50달러 정도에 거래된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는 1900년 초에 독일에서 제작된 증기 모터 동력으로 통나무를 분쇄하며, 나무찌꺼기는 연료로 사용한다.

케브라초 콜로라도는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 수령이 100년일지라도 지름이 50㎝ 정도 굵기밖에 안 된다. 그런데 ‘철의 나무’로도 불리는 것은 비중이 1.2나 되기 때문이다. 나무 이름도 ‘도끼가 깨지다(quiebra acha)’라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할 만큼 무겁고 단단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나무를 철도 침목으로 사용해왔고, 지금도 이 나무를 농장구획 철조망 지지대로 사용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북부 건조지역에 분포하는 케브라초 콜로라도를 1956년에 나라 목(木)으로 지정했다. 차코 주(州)에서도 이 나무를 주목(州木)으로 선정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이 나무에 대한 학습을 의무화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실용적인 모습이 돋보인다.

아르헨티나에 거주했던 프랑스인 가죽가공업자 에밀리오 포이시에르가 1867년에 처음으로 이 나무에서 타닌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서는 타닌 산업의 붐이 시작됐다. 1926년 당시에는 이 두 나라에 32개의 타닌 공장이 가동됐으며 1950년대까지 호황이 지속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이 독일의 병참능력 약화를 위해 타닌을 매점매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타닌 산업은 크롬 등 인공 대체 물질 사용, 제2차 세계대전 후 군대 감축에 따른 가죽 수요 축소 등으로 쇠퇴기를 겪었으며, 현재 아르헨티나에는 3개의 공장만이 가동되고 있다. 비록 타닌 수요는 줄어들었으나 케브라초 콜로라도는 무분별한 벌목과 늦은 성장 속도로 말미암아 점차 고갈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아르헨티나에서는 타닌 생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케브라초 콜로라도 식목 면적을 확대하는 한편, 나무의 생장 속도를 높이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포르모자 타닌 공장을 방문하면서 포도주의 새로운 비밀을 한 가지 알게 됐다. 포도주에 텁텁하고 떫은맛이 나게 하는 타닌 성분은 보통 포도 껍질이나 숙성용 오크 통에서 나온다. 그런데 포도에 타닌 성분이 부족할 경우 포도주 제조 과정에서 케브라초 콜로라도 나무의 천연 타닌을 넣어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때는 우리가 케브라초 콜로라도 나무 가루가 포함된 포도주를 마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천연 타닌의 쓰임새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천연 타닌은 소의 사료로도 쓰인다. 타닌 사료를 먹은 소들은 식욕이 더 생겨 살도 많이 찌고 우유 생산량도 많아진다고 한다. 타닌은 접착제, 광물의 부유선광, 분산제, 설탕 생산에도 사용되는 등 그 용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가죽 무두질에 중금속 크롬 사용이 금지돼 천연 타닌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르헨티나에서 케브라초 콜로라도 나무와 타닌 산업이 90여 년 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추종연(57) △제16회 외무고시 △주멕시코2등서기관 △주구주연합1등서기관 △중미과장 △주국제연합참사관 △주아르헨티나공사참사관겸총영사 △국회사무처 파견 △중남미국장 △주콜롬비아대사 △주아르헨티나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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