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경기 용인시 남사면에서 농민이 팔지 못한 국화를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경기 용인시 남사면에서 농민이 팔지 못한 국화를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탁금지법 한 달 … 혼란 여전

이사회서 대학 예산 등 결정
“무보수 명예직인데 제재대상
누가 굳이 나서서 일 하겠나”

産學협력 프로젝트 기회 차단
“세미나 초청뒤 함께 일했는데
기업서 아예 부르지도 않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로 시행 한 달을 맞는다. 문제는 제도가 정착되기는커녕 아직도 청탁금지법에 대한 유권해석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으로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학가에서는 갈수록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학협력이 차단될 수 있다” “작은 감사 선물 등 좋은 관행으로 이어져 온 일들마저 실정법 위반으로 걸리게 되면, 사제지간의 정까지 단절되는 것 아니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인 등 외부인사들이 대학 이사회의 개방이사로 선임될 경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추천을 거절하면서, 학교 이사회 구성이 차질을 빚게 된 점이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대학 이사회는 학교법인의 예·결산, 정관변경 등 학교 운영에 대한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대학 운영 자체가 ‘올 스톱’ 위험에 처한다. 실제 내년 초 이사들을 새로 선임해야 하는 서울 소재 A 사립대의 경우, 이사 추천을 거부하는 외부인사들이 많아 이사회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관계자는 26일 “변호사나 회계사·주요 기업 임원 등이 개방이사로 추천되는데, 굳이 월급도 없는 명예직인 대학 이사를 맡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들 한다”며 “서울시 상위권 대학의 이사 자리라면 그나마 명예로 여겨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지방 중·소규모 대학의 경우 개방이사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청탁금지법이 대학가에 미칠 후폭풍 중 또 하나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취업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교수가 제자를 공공기관 등에 추천하는 경우에만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고, 사기업에 추천하는 것은 괜찮다”고 설명했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서울 B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26) 씨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공공기관이라는 취업 루트의 한 축이 막혀버리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메리트’가 너무 없어진다”고 호소했다.

산학협력의 길목이 차단되고 있는 것도 청탁금지법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꼽힌다. 산학협력은 자문과 강의 등 기업체와 대학 간 교류가 이뤄지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뜻이 맞아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수 있는데, 청탁금지법은 이런 산학 네트워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차단한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대 교수는 “세미나 초청 한 번으로 인연이 닿아 산학 협력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20만∼30만 원 주면서 오라고 하기도 그러니까 아예 초청 자체를 안 하게 되고, 교수들도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 등 간단한 선물을 하는 것조차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금품수수로 취급하면서 교수와 학생 간 교류 기회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서울 C 대학 경영학과 4학년 윤모(26) 씨는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조교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던 친한 교수님께 얼마 전 연락 드렸더니 ‘공식 절차 없이 조교를 시키면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식사마저 거절해 크게 낙담했다”고 말했다.

김리안·김기윤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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