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든 박인환문학상, 후원이 끊겨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침체한 한국문학계가 최근 성추문 등의 불미스러운 일로 더욱 추락하고 있는데 이런 문학상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비를 들여 17년째 박인환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는 원탁희(59·사진) 시인은 자부심이 깃든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올해 박인환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수상의 주인공은 ‘내가 없는 세계’의 송승언(30) 시인. 송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11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후 시집 ‘철과 오크’를 발간했다.
박인환문학상은 1999년 창간한 시 전문 계간지 ‘시현실’이 지난 2000년부터 꾸려오고 있다. 30세에 요절한 천재적 작가 박인환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1회 김지향 시인을 시작으로 박찬일, 문현미, 오은 시인 등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참신한 신진시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박인환문학상이 17회를 이어온 뒤에는 시현실의 발행인인 원탁희 시인의 땀과 고집이 있다. 한때 대기업 직원이었던 원 시인은 40대 초반의 나이에 문학계에 뛰어들었다. 대학 국문과 출신으로 평소 가지고 있던 문인의 꿈을 뒤늦게 이룬 것이었다. 원 시인은 “정말 믿을 만한 문예지, 공정한 문학상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겁도 없이 사표를 냈던 것 같다”며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9회까지는 박인환의 고향인 강원 인제군의 후원을 받아 문학상을 치렀으나 인제군과 결별한 뒤에는 순전히 사비를 털어 문학상을 유지해야 했다. 원 시인은 “도중에 다른 곳에서 후원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행여 문학상의 취지가 퇴색할까 걱정돼 섣불리 승낙하기 어려웠다. 내 손으로 만들었기에 힘이 든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면서 “시현실 창간 이후로 집에 제대로 된 월급을 가져다주지 못했는데 지금도 나를 믿고 응원해준 아내와 가족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원 시인은 지난 4월 시현실 65호를 발행했다. 박인환문학상 수상자를 중심으로 곧 66호도 펴낼 계획이다. 여전히 힘겹게 꾸려가고 있지만 의미 있는 문예지와 문학상을 운영한다는 자부심이 높다. 그는 “힘이 닿는 한 문학상을 이끌고 가겠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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