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시민반응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 국민은 분노와 실망감을 넘어서 허탈함과 좌절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최 씨에게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사실을 시인하자 ‘탄핵’이나 ‘하야’를 거론할 정도로 국민의 감정은 점점 격앙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공식 직책도 없는 일개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 씨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거느리고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게 한없이 부끄럽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고 정부인지 참담한 심정이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은 모조리 허수아비인가” 등의 의견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이 발표된 전과 후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탄핵’ ‘하야’ ‘박근혜’ ‘최순실’ ‘최태민’ ‘비선 실세’ 등 이번 사안과 관련한 검색어가 모조리 상위권을 점령했다. 많은 네티즌은 주요 기사에 댓글을 쏟아내며 “최 씨의 ‘국기 문란’을 눈감고 오히려 꼭두각시 노릇을 한 박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에게 상처를 안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탄핵’과 ‘하야’까지 거론하고 있다. 두 단어는 각각 위법행위를 한 공직자가 법적 절차를 거쳐서 파면되는 것과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길에서 만난 시민들도 온라인상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임모(33) 씨는 “앞서 박 대통령이 잘못을 반성하기보단 최 씨 비리를 덮으려는 데만 급급해 그와 ‘친하지 않다’고 거짓 해명을 한 사실에 대해 큰 실망감을 느낀다”며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송광금(29) 씨는 “최순실이 뭐라고 대통령기록물을 다 열람하고, 국민 위에서 신처럼 군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런 나라에서 국가 녹을 먹는 공무원이 되고자 아등바등 공부하고 있는 내 신세가 더 처량하게 느껴진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직장인 이승호(32) 씨는 “선거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 뒤에 누군지도 몰랐던 인물들이 정국을 조종했다고 생각하니 상실감이 크다”며 “이번 일로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지켜보면서 사적인 네트워크 혹은 파벌에 의해 국가 주요 결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해 큰 실망을 느꼈을 거라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특정 정부의 지위가 무너지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고 국가 비전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화여대 총학생회 ‘샤우팅이화’는 26일 오전 이화여대 정문에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국정 농단 규탄 시국선언’을 통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공유되지 않는 극비 자료인 연설문 등을 최순실이 사전에 공유받아 수정한 것은 국정 농단이자 국기 문란”이라며 “박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국정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최준영·김기윤·김수민 기자 cjy324@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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