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의 상황이 여간 시끄럽지 않다. 모든 사람이 좌표(座標)와 향방(向方)을 찾아 헤매는 듯하다. 그런데 국가의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마저 흔들리고, 도덕적 정치적 권위를 상실했다. 반대로 안보·경제 위기에다 사회적 갈등은 깊어간다. 도대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내 정치 혼란이야 어떻게든 풀어가면 되겠지만, 이 때문에 북핵, 나아가 통일 문제가 표류하면 국가 안보 자체가 위험해진다.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분야다. 대통령은 전체 시민을 선거구로 가진 유일한 지도자다. 그 직위는 자연인 아무개가 아니라 상징으로 존재하는 자리다. 그는 사회와 정치의 최후 준거로서의 상징으로 존재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때로는 강제력도 행사하면서 사회적 갈등들을 조절해야 하는 기능을 다해야 하는 한정적 시간 조건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시국을 “현저한 위기”라고 천명한 데 따른 대(對)국민 호소와 설득은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이 위험한 북한의 핵(核) 위협을 두고 여태껏 한 번도 직접화법으로 국민에게 설득과 호소를 해본 일이 없다. 이제는 그럴 기회나마 있을지 의문이다.
체제와 관련해 최근의 사태 가운데 하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문제가 연상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에 따라 사는 것, 그것이 인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기권’도 그저 상식적인 선상의 조그만 해프닝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인권을 전제하지 않은 근대 민주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은 바로 근대 민주체제의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헌법에서 총강을 지나면 바로 인권의 장(章)이 전개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 인권 결의에서 기권을 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북한 체제와 대한민국의 체제를 굳이 다르다고 내세울 이유도 없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논리적인 언술이 아니다. 북핵에 관한 경제 위주의 협상론을 주장하는 글들에서 비판적 분석을 위한 단서를 엿볼 수 있다. 북한에 대해 좀 더 경제적인 지원을 계속했더라면 오늘의 핵 사태로까지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숨어 있다. 북한이 경제 발전을 우선 정책으로 했다면, 지금의 중국 정책을 따랐으면 다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중국을 방문하고 천지개벽 운운하면서도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북한의 정책적 중심은 경제에 있는 게 아니라 정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북한에 대한 접근에서 경제적 사고에 근거한 정책 구상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남북한을 정치 개념으로 파악하면 어떻게 되나? 그리고 정치는 경제를 조건으로 고려하기는 하지만 경제의 종속 분야가 아니다. 정치는 한 정치 집단의 모든 삶의 양식에 또는 사회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그러니까 북한을 인식할 때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라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 체제적으로 보면, 북한은 전체주의 국가다.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에는 국가와 사회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둘은 ‘하나’이며 이는 그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 당연히 갈등은 일체적 조화를 깨는 반역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외부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규정된다. 이의를 말하는 자는 국외 세력의 스파이로 취급될 수밖에 없고, 적은 언제나 나라 밖에 있는 것으로 규정된다. 즉, 대외적 적(敵)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전투적 또는 혁명노선은 체제의 본질에 속하며 그것이 체제의 존재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정치적 성격이고 또한 핵 문제의 본질이다. 통일이 경제 문제라면 타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경제란 북한의 체제에서는 혁명 또는 전쟁을 위한 수단일 따름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 점이 쉽게 간과되는 것은, 밖에서 유행하는 ‘비(非)정치화’를 겨냥한 사조가 한국 지식층에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새삼 절감한다. 사람은 경제적 동물이기 이전에 정치적 동물임을 강조하고 싶다.
전체주의에 관한 철저한 인식 없이 우리의 근대성을 확인할 순 없는 것이다. 전체주의에 대한 유혹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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