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황교안(가운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황교안(가운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고 있다.
대통령 사과한지 3일째 불구
인적쇄신 조치 시작도 못해


청와대와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인적 쇄신 등 적절한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여론이 쇄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최순실한테 인적 쇄신안 결재를 못 받아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27일 오전까지 수석비서관들의 일괄 사의 표명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25일 오후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이원종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난상 토론에도 불구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데 이어 이날까지 청와대 내부는 찬반 명분론이 팽팽히 맞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데다가 이 비서실장이 하루 종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야 하는 만큼 청와대의 결론 도출 시점이 좀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석비서관들의 일괄 사의 표명에 찬성하는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사의 표명은 박 대통령에게 선택할 수 있는 쇄신안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라며 “떨어지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여기서 막지 않으면 조기 레임덕은 현실화된다”고 우려했다. 일괄 사의가 곧바로 사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에게 선별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인 만큼 박 대통령의 사과 표명에 비서진이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사의 표명 자체가 그러지 않아도 힘든 대통령을 더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하겠다고 한 만큼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비서의 도리”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심은 여유를 찾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빠른 속도로 추락하며 20%대 초반을 기록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28일 공개되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10%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일괄 사의 표명조차 못 하는 청와대는 아직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물러나면 검찰 수사에 직면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그러느냐”고 말했다. 이날 국정 정상화 방안을 놓고 긴급회의를 열었던 정부 역시 무사안일하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부담을 우려한다면 적어도 ‘언제든 사퇴를 각오한다’는 말이라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니냐”고 반응했다.

한편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인적 쇄신 가능성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숙고한다고 했으니 지켜보자”고 언급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결단 시점까지 인적 쇄신이 늦어질 가능성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 정치권의 거국 중립내각 구성 제안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만용·박정경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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