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겸수(가운데) 강북구청장이 27일 경기 수원시 화성에서 다산 아카데미 유적 탐방에 동행한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북구 제공
박겸수(가운데) 강북구청장이 27일 경기 수원시 화성에서 다산 아카데미 유적 탐방에 동행한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북구 제공
- 평생학습 ‘다산 아카데미’인기

숨겨진 삶에 얽힌 일화·고뇌
분야별 전문가 수준 높은 강의
입소문에 수강생 600명 넘어


청년 취업난과 창업 붐 등으로 인해 실용학문이 득세하면서 인문학의 위축은 불가피한 사회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조차 학생들의 외면을 받아 줄줄이 폐강을 면치 못할 정도. 이런 현실 속에서 지난 6년 동안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조선시대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애민·실용정신을 기리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박겸수 구청장의 서울 강북구 이야기다.

28일 강북구에 따르면 구는 2011년부터 1년에 두 번씩 구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평생학습 과정인 ‘다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다산연구소 기획위원을 지냈던 박 구청장이 2010년 취임 후 인문학 저변을 확대하고 다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교육 과정이 탄생한 것.

수강생 선발 등 전반적인 과정 운영은 구가 맡고 성신여대 교수진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서경덕 한국홍보 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숨겨진 삶에 얽힌 일화와 백성들을 위한 인간적 고뇌 등을 중심으로 한 수준 높은 강의와 함께 정약용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는 유적지 현장답사 기회도 제공된다. 과정의 우수성이 구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까지 610명의 수료생이 배출됐고, 지난 9월부턴 12기 수강생 46명이 매주 목요일마다 미아동 성신여대 미아운정그린캠퍼스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27일엔 수강생들과 박 구청장이 정약용 선생의 실용정신과 그를 뒷받침한 정조의 열정이 묻어있는 수원 화성(華城) 일대를 둘러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화창한 날씨 속에 화성을 둘러싼 역사적 의미에 대한 오종록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의 현장 강의가 수강생들의 귀를 붙잡았다. 이윤희(여·40) 씨는 “정약용 선생은 사상과 학문 등 다방면에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며 “다산을 좋아하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 전문가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호평했다. 12기 수강생들은 다음 달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며 실학을 집대성한 전남 강진군으로 2차 현장답사를 떠나기로 했다.

박 구청장은 “수준 높은 강의로 평생교육의 새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목민을 강조했던 다산 정신을 구청 직원들에게도 수시로 교육해 행정 서비스 질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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