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섭 ㈜폴턴 대표가 지난 21일 경기 남양주시 사옥 집무실에서 홀인원 트로피를 들고 홀인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황인섭 ㈜폴턴 대표가 지난 21일 경기 남양주시 사옥 집무실에서 홀인원 트로피를 들고 홀인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황인섭 ㈜폴턴 대표

황인섭(55) ㈜폴턴 대표는 한때 사업 부도로 인해 절망했지만, 골프로 재기한 기업가다.

황 대표를 지난 21일 경기 남양주시 공장이 딸린 사옥에서 만났다. 황 대표는 기능성 골프 양말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황 대표는 아파트 견본주택을 짓는 실내건축업을 하던 1988년 골프를 시작했다. 포장마차에서 친구와 “골프 한번 배우자”고 의기투합했다. 부랴부랴 골프채를 사고, 연습장에 다녀 2년 만에 싱글 핸디캐퍼 반열에 올랐다. 사업도 순탄했고, 실내건축업계에서는 도급 순위 상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2009년 부도를 맞고, 한순간 모든 것을 잃었다.

실의에 빠졌던 황 대표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가 TV를 통해 미국 유명 프로의 레슨 장면을 보는 순간, “이거다!” 하면서 무릎을 쳤다. 골프 이론에 해박했던 황 대표는 재기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그가 본 TV 레슨은 ‘백 스윙-다운 스윙-임팩트’ 구간에서 하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설명했고, 신발도 한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골프화는 대개 가죽으로 제작되기에 조금만 신어도 ‘유격’이 생겨 헐거워지고, 이로 인해 미세하지만 스윙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 대표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값비싼 신발을 바꾸기보다는 양말에 ‘미끄럼 방지’ 기능을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년 만에 양말 바닥에 실리콘을 넣는 골프 기능성 양말을 완성했다. 힘이 실리는 발 부분에 실리콘을 부착했더니 접지력이 크게 향상됐다. 황 대표는 스스로 500회 넘게 양말을 신고 테스트했으며, 프로들에게 30분에 5만 원씩을 주고 체험 테스트를 진행했다.

프로 중 상당수가 “지면에 대한 반발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안정된 스윙을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5가지 발명특허가 들어간 기능성 양말을 2011년 말 양산, 판매했다. 때마침 경쟁업체 등장으로 기능성 양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시장 규모도 커졌다. 1년에 2∼3차례 새 기능을 도입한 ‘폴턴’ 시리즈로 8차례나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만들면서 연간 40만 켤레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황 대표는 “보통 양말 가격이 5000원이라면 (기능성 양말은) 1만5000원에 판매할 만큼 고부가 가치가 있다”며 “앞으로 나올 신제품 카멜은 그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프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공식 대회에서 선수들이 기능성 양말을 신지 못하도록 규정했을 만큼 기능성 양말의 효과는 컸다. 황 대표는 “국내 양말시장은 수출을 포함해 연간 8700억 원으로 추산하지만, 향후 기능성 양말 시장이 성장하면 3배 정도가 늘어날 것”이라며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평가했다.

황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72타. 2009년 벙커가 많기로 악명 높은 경기 용인 레이크힐스 골프장에서 버디와 보기 2개씩을 남겼고, 나머지 홀에선 모두 파를 챙겼다. 황 대표는 “아직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기량보다는 욕심 탓”이라며 “그래서 여전히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라운드에서 연속 4개 홀 버디를 뽑아낸 적도 있다. 경기 동두천 다이내스티(현 클라우드) 골프장에서 4개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앞뒤로 사이클 버디를 기록한 적도 있다. 홀인원은 유일하게 전북 익산 상떼힐 골프장에서 뽑아냈지만, 이글은 100여 차례가 넘는다. 첫 이글을 작성하던 날은 황홀했다. 파 5홀 두 곳에서 이글 2개를 경험했다. 하지만 동반자들은 “모두 퍼터 이글이며, 어프로치 이글을 할 때 패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했고, 1년 뒤 처음으로 ‘칩 샷 이글’을 남겼다.

황 대표는 경기 용인의 지산골프장 1번 홀에서 여러 차례 ‘1온’을 시켰을 만큼 장타를 구사한다. 드라이버 샷 250∼260m를 보낸다. 황 대표는 장타 비결에 대해 “아마추어는 왼쪽 다리에 벽만 만들어줘도 임팩트가 좋아져 방향과 거리가 확 달라진다”며 “양말을 개발하면서 스윙 공부를 한 덕에 하체를 완벽하게 버텨주는 스윙 메커니즘의 원리를 터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맨발로 스윙하면 발이 힘을 버텨주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 버린다는 뜻이다.

황 대표는 “양말사업은 건설업보다 볼륨이 작지만 원하는 것을 만들고 성취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좋아하는 골프 덕분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에서 바닥부터 다시 다졌었기에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우선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급 승용차부터 없앴다. 황 대표는 회사 로고가 부착된 배기량 1000㏄가 안 되는 경차를 이용해 골프장에 간다. 골프 백이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아 뒷자리에 비스듬히 넣고 다닌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납품하러 온 줄 알고 경비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은 적도 많지만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만든 양말을 직접 신고 테스트하는 게 즐겁다는 황 대표는 기능성 양말 분야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업계의 ‘리딩 컴퍼니’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곧 출시할 ‘카멜 삭스’ 브랜드를 통해 월 10만 켤레를 생산하고 연간 12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다.

골프는 평생 운동이기에 나이가 들수록 흐트러지지 않고, 오랫동안 즐기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래서 요즘엔 스코어에 연연하기보다 좋은 동반자와 재미를 느끼면서 라운드한다고 귀띔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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