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 설립특혜·자금 유용
靑연설문 등 유출한 혐의도
최씨 입국전후 증거인멸 의혹
뒤늦은 수사에 혐의입증 난항
대통령·靑 곳곳서 관여 정황
최씨 처벌수준 크지 않을수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 씨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줄잡아 1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거나 처벌 수준이 낮은 혐의들이 많은 게 검찰의 말 못 할 고민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최 씨에 대한 처벌 수위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비판은 고스란히 검찰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이 강력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어느 때보다 수사 속도도 빠르지만 실제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유용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중한 처벌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공직자로서 처신을 잘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씨의 귀국 전후로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나오고 있는 것도 검찰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31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소환 통보를 받은 최 씨는 횡령·배임 및 탈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재단의 기금을 유용하고 이를 자신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돈세탁’한 것이 확인되면 횡령·배임 및 탈세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독일에서 호텔과 주택을 구입한 자금의 출처와 관련해서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딸 정유라(20) 씨가 구입한 주택의 자금 출처에 대해서는 증여세 탈루 혐의도 가능하다. 청와대 문건의 사전 유출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혹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청와대 등 각종 인사에 개입한 것에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된다. 정 씨가 다니는 이화여대 지도교수에게 폭언을 한 것은 모욕·협박죄가, 정 씨 고등학교 교사에게 돈 봉투 전달을 시도한 것은 뇌물공여가 된다.
이처럼 혐의는 많지만 유죄 입증까지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 남아 있다. 최 씨가 예상보다 빨리 귀국한 배경에도 이 같은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씨의 처벌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횡령·배임의 입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횡령·배임 관련 증거가 구체적으로 확보되면 구속수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검찰이 어떤 증거를 쥐고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황상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재단 설립과 기금 조성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 씨에게 재단 기금 유용의 책임을 온전히 묻기 힘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단순횡령죄·배임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탈세 혐의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꼼꼼한 재산 내역 추적과 함께 독일 수사 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입증된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최대 2∼3년의 징역형만 가능하다. 신고 없이 독일로 거액의 돈을 빼돌린 혐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지만 미신고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5000만 원 한도의 과태료만 부과된다.
문건 유출과 관련,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어 처벌 수준이 꽤 중한 편이다. 하지만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양형은 꽤 세 보이나 사실상 대통령기록물이 될 수 있는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며 “문건을 넘겨 준 건 대통령이고, 최 씨는 단순히 받기만 했다면 중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나온 내용으로는 의혹은 매우 크지만 실제 법적 혐의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며 “국민정서상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지만 횡령·배임 부분에서 제대로 된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중한 처벌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민병기·이후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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