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지붕 같은 노고단을 1000번 이상 올랐지만 그곳에 서서 셔터를 누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지난 28일부터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지리산 노고단(해발 1507m)의 사계를 담은 사진전을 열고 있는 김인호(54·6급·사진) 구례군청 홍보담당은 31일 지리산 사진을 찍을 때의 설렘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는 11월 13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에는 그가 최근 20여 년간 노고단에 올라 찍은 사진 45점이 선보이고 있다. 가깝게는 구례읍과 반야봉에서부터 멀리는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1915m),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경남 하동을 앵글에 담아냈다. 계절마다 새 옷을 갈아입는 지리산은 항상 새로운 피사체로 다가왔다고 한다. 김 씨는 “도시는 세월이 흐르면 많이 바뀌지만, 지리산은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며 “예전에 있던 군부대 초소 등이 사라진 것이 약간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구례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부친(2010년 작고, 당시 79세)에 이어 2대째 구례군청 사진기록 담당으로 일해왔다. 최근 50여 년간 사진을 통해 본 구례군의 역사가 김 씨 부자의 손을 통해 기록된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소풍 때부터 아버지가 들려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김 씨는 1995년 민선 자치가 시작된 후 관광 분야가 군정의 주요 업무로 떠오르면서 홍보용 사진을 찍기 위해 노고단에 자주 올랐다. 그는 “최근 20여 년간 매주 한 차례 이상 올랐으니 최소 1000번 이상은 갔을 것”이라며 “지금은 인근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해져 노고단은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전 개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0월 첫 사진전에는 ‘산수유 마을’로 불리는 구례군 산동면 상위·현천마을을 주제로 한 작품들만 모았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마을의 변천사와 산수유 열매 수확과정을 담은 사진 70여 점을 전시했다.
그는 이제 쉰 중반을 바라보지만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주말마다 산으로 향한다. 과거에는 20㎏이 넘는 삼각대와 필름 카메라, 렌즈들을 짊어지고 올랐지만 이제는 단출하게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산을 오른다. 김 씨는 “누군가는 묵묵히 평생 흙을 마주하고 농사를 짓듯 나 역시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산으로 향한다. 지리산은 내 운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