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꽃들은 다 지고 없는 해 짧은 계절을 골라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 국화(菊花). 꽃은 소쩍새 우는 봄부터 먹구름 속에 천둥 우는 여름도 지나 무화(無花)의 산야와 도시를 노랑, 보라, 분홍, 빨강, 하양 등 색색으로 물들인다. 게다가 그윽한 향기까지 선사한다. 지금 전국은 가위 국색과 국향의 물결이 축제의 장마당을 이루고 있다. 경남 창원, 전남 영암과 함평, 전북 익산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여느 축제처럼 먹을거리, 놀거리에 볼거리가 곁들인 게 국화축제의 특징이다. 대개 지난 주말에 시작돼 이번 주까지 계속된다.
조선 세조 때의 문신이자 서화가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화목구등품제 중 1등품으로 매화와 국화를 꼽았다. 엄동설한 직후와 직전에 꽃을 피운 두 군자 춘매추국(春梅秋菊)이다. 그는 우리나라 국화는 20품종 정도가 있는데 서로 엇갈려 똑똑히 분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오늘날 국화는 전 세계적으로 956속 2만300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400여 종의 국화과 식물이 있다고 한다. 55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자연산 아닌 여러 가지 인공 교배 품종이 엄청 늘었다. 아직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어서 국화 품종이 얼마나 더 많아질지는 알 수 없다.
국화는 봄에는 싹을 데쳐 먹고 여름에는 잎을 쌈 싸 먹으며, 가을에는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고, 겨울에는 뿌리를 달여 마신다. 특히, 감국(甘菊) 포기 아래서 솟는 샘물은 국화수라 하는데, 이를 오래 마시면 안색이 좋아질 뿐 아니라 쉽게 늙지 않으며 풍(風)도 고칠 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 꽃에 맺힌 이슬은 국로수(菊露水)라 하여 떨어 모아 마셨다. ‘동의보감’에서는 국화차가 머리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과 해열·이뇨 작용 등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국화차의 비타민 A와 B1, 아데닌, 콜린 등은 눈과 간 기능 회복에,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항균과 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효능이 있음을 현대 과학이 밝혀냈다. 국화 정유(精油)는 중추신경 진정과 해열 작용이 있어 두통과 현기증·불면증·우울증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국화의 효용과 잠재 수요를 엿볼 수 있다.
축제 기간이라 반짝 경기를 타지만 국화 재배 농가의 시름이 깊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수출국 일본의 여건도 예전 같지가 않다. 국화 산업의 진흥을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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