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마치 국정 농단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비서실의 법적 설치 근거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헌법은 당연히 아니고, 정부조직법과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다.
현행 정부조직법을 보면, 관련 근거는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을 둔다는 것과 비서실에 실장 1명을 두되,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는 게 전부다. 비서실 직제를 보면, 요즘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수석비서관의 기능이나 명칭은 나와 있지도 않으면서, 수석비서관 같은 하부 조직과 그 분장 사무는 비서실장이 정한다고 돼 있다. 또, 비서실 공무원 정원표를 보면, 예상외로 비서실장이 분명 장관급이고,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다. 대한민국 대통령비서실장이 장관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무위원 중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 각부의 장(長) 관련 내용은 헌법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상세하게 나와 있고, 정부조직법을 보면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과 대통령이 통할하는 행정 각부의 사무가 제시돼 있다. 이렇게 법령상의 위상만 본다면, 국무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헌법상의 위상을 갖는 국무위원 장관과, 대통령령 직제에도 그 기능과 명칭이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한다고 돼 있는 차관급 수석비서관은 비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상의 합리적 비교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민간인도 얼마든지 장관보다 더욱 많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더욱이 대통령비서실이 국가나 정부보다 제왕적 대통령 개인에게 충성하는 경우,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는 무지막지하게 된다. 이렇게 ‘시스템화한 제왕적 대통령’의 부당한 권력 행사를 5년마다 최대한 피하기 위한 방법이, 선출된 대통령이 합리적인 소양과 판단력을 갖고 있기만을 기대하는 일뿐일까?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헌법 개정이 어렵다면 비서실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 대통령비서실은 영향력이 워낙 막중하므로 정부조직법이나 별도의 법률로 상세히 정해서 비서실 하부 조직과 그 분장 사무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공감대 반영이 가능케 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효과적으로 통할하고 헌법 규정대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행정부의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비서실 기능을 대폭 축소해 더 이상 행정 각부의 옥상옥(屋上屋)으로 군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은 이제 각 부처의 업무 지휘 및 감독보다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전략기획 업무 위주로 재편돼야 한다. 또,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업무 수행 방식에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운영 방식으로 전환해 행정 각부와 수평적 대화 및 협조를 도출해 낼 책임이 있다. 대통령의 지시에만 신속하게 움직이는 비서실이 아니고, ‘접시를 닦다가 깬 것은 용서해도, 닦지도 않으려는 공무원은 용서 못 한다’는 인사 원칙도 함께 지켜지는 비서실이 돼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의 실패는 당연히 대통령의 실패로 귀착된다. 또, 대통령의 실패 역시 비서실의 실패를 초래한다. 결국, 이러한 대통령과 비서실의 실패는 국정 운영 전반을 붕괴시킨다. 인(人)의 장막과 권력 남용으로 비대해진 대통령비서실에 다이어트가 심각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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