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포목’ 32세 임서윤
“포단 접어넣는 베개 제작 등
어르신들과 공예로 소통해요”

‘소율도예’ 31세 진소율
“도자기 수업·일일체험 꾸준히
관광객들 몰려올때 뿌듯하죠”

“부여시장 윗목(위쪽 지역)은 어둡고 사람이 없었거든요. 불량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우범지역이기도 했죠. 청년들이 들어오고 밝고 젊어졌어요. 사람이 늘고, 활기를 찾았죠.”

충남 부여군에 자리한 부여중앙시장. 수백 년 역사의 부여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반찬가게와 떡방앗간, 통닭집들이 많아 ‘부여의 부엌’으로 불리는 상설시장이다. 한데 윗목이 늘 아랫목보다 차가웠다. 포목점들이 많았는데, 1990년대를 전후로 점차 상권이 활기를 잃으면서 하나둘 문을 닫았다. 수년째 텅 빈 채로 길목만 지킨 가게들도 있다.

어두컴컴한 윗목이 최근 ‘문화’를 입어 따뜻하게 데워졌다. 인근 한국전통문화대 출신들이 시장 곳곳에 공방을 차리면서다. 이들은 마지막 보부상 김재련이 살던 부여에서 이른바 ‘문화 보부상’을 자임하고 나섰다. 10월 20일 이 흐름을 주도한 두 청년을 만났다. 섬유공예 공방과 도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임서윤(32·왼쪽 사진)·진소율(31·오른쪽) 씨다.

◇‘윤리포목’ 임서윤 대표 = “거창하게 창업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졸업 후에도 이 일(섬유공예)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부여에서 학교 다니는 동안 지역의 가능성을 본 것도 있고요.”

전통대에서 섬유를 전공한 임 대표는 지난해 중앙시장 내에 섬유공예 공방 윤리포목을 냈다. 전통의상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전통대에 편입한 임 씨는 좋아하는 일을 생업과 연계시키고 싶었다. 마침 부여군 상권활성화재단에서 추진하던 청년소셜벤처 육성사업에 선정돼 작은 공간을 얻었다. “두 달 동안 주인을 설득해서 월세 대신 수리 투자비(1000만 원)로 2년간 이용하기로 했어요. 이 일대가 옛날에 전부 포목점이었어요. 대량 주문이 있어서 주변 상인들과 일감을 나눠보면, 저보다 훨씬 바느질 솜씨가 좋아요.”

공방에선 상품을 개발하면서 지역 아동센터나 부여군 생활문화프로그램 교육도 진행한다. 목화씨를 빼 전통 섬유 만드는 수업이 반응이 좋다. 지역 주민들의 개인적인 주문도 늘고 있다. 전통대 재학생이 부여에 차린 게스트하우스에 침구세트를 판매했는데, 이를 보고 똑같이 해달라는 사람도 많다. 주력은 전통공예 카펫. 임 씨는 “조선 시대에 ‘조선철’이라는 카펫이 사용됐고, 신라 시대에는 펠트(모직·털을 압축한 두꺼운 천)도 있었다”며 “직물 문화가 발달했지만 남은 게 별로 없어서 전통 카펫을 생소하게들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씨는 전통공예가 소수의 고급 취미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진행한 게 전통대 학생들로 구성된 공예프로모션 팀 ‘쓰임’의 ‘이웃을 위한 공예, 부여’ 프로젝트다. “부여를 대표할 상품을 개발하되, 실제적인 사용이라는 쓰임의 의미를 담아 제작했어요. 공예와 소비자의 소통 방법을 모색하는 차원이자, 다른 지역에서 온 우리를 받아준 부여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죠. 사용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공예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쓰임은 윤리포목의 인기 품목인 침구세트를 비롯해 절 방석과 불기, 퇴침 등을 만들었다. 법당을 혼자 관리하는 스님의 고충을 감안해 절 방석은 구김이 없고 질긴 데님을 사용했고, 퇴침은 마을회관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포단을 접어 넣는 전통 베개 제작법으로 만들었다.

임 씨는 부여에서 결혼도 했다. 전통대에서 만난 남편은 숭례문 복원 때 기와를 구웠다. “부모님은 졸업하면 올라올 거라 믿으셨는데, 이제 포기하셨어요. 시장 사람들과 음식을 해 먹고, 매실 장아찌를 담그고…. 이제 완전히 부여 사람이죠.”

◇‘소율도예’ 진소율 대표 = “부여에는 전통공예와 관련된 상품이나 체험 공간이 별로 없었어요. 부여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지역민이나 관광객이 친근하게 드나들 공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진 대표의 공방은 늘 붐빈다. 민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익살스러운 호랑이 도자 장식을 만지작거리는 손님,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일일체험을 문의하는 교사, 도자기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진 대표는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월급쟁이 또래 친구들보다 경제적으로 조금 나은 편이다. 하고 싶은 일로, 지역 변화에 일조하고, ‘먹고살 수’도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진 씨도 청년소셜벤처 육성사업 1기다. ‘젊은 피’를 응원하는 시장 상인들 덕에 저렴하게 공방을 계약할 수 있었다. 진 씨는 “공방들이 들어서면서 밝아진 걸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다. 골목 계에 청년들도 끼워주는 등 정착이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진 씨는 아크릴이 아닌 도자 벽화로 마을을 꾸미는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2~3년에 한 번씩 새로 칠해야 하는 아크릴 대신 물과 화재에 강한 도자를 타일처럼 활용한다. 내산면 율암리에서 진행한 도자기 문패 만들기는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직 과제가 많다. 경계해야 할 일도 늘어났다”고 했다. “수익창출 등 현실적인 숙제도 풀어야 하는데 점포 임차료가 점점 오르는 게 문제예요. 한 사람이 여러 점포를 사들인다는 소문도 돌아요. 사람이 몰려드니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거겠죠. 지금 공방을 구하러 다니는 후배들이 제가 입주할 때보다 3배 가까이 월세가 뛰었다고 하더라고요.”

부여 = 글·사진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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