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단밀면 위중2리 ‘맑은농장’에서 박광서 씨가 수확한 표고버섯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위중2리 ‘맑은농장’에서 박광서 씨가 수확한 표고버섯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귀농 11년차 38세 박광서

의성 귀농 2년만에 파산 직전
이후 6년동안 농기원 등 찾아
버섯 재배기술 배우기에 올인

전문 농업경영사 인증도 받아
年 80t 생산… 순이익 1억원


“‘농사는 엄청난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성공하면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젊은 귀농인 중에는 힘들고 어렵다며 제대로 해보지 않고 1∼2년 만에 도시로 다시 떠나는 걸 심심찮게 봅니다. 피와 땀을 흘리면서 끈기있게 준비하는 귀농인에게 농촌은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신나는 귀농 모험을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10월 18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단밀면 위중2리 ‘맑은농장’ 창고. 주인 박광서(38) 씨가 시설하우스에서 표고버섯을 수확하다 허겁지겁 달려왔다. 식당 등 10곳에서 택배 요청 전화가 잇따라 와서 급하게 보내기 위해서였다. 70㎡의 창고에는 수확한 표고버섯이 30여 개의 플라스틱 상자에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저울로 8㎏씩 잰 뒤 다시 농장 이름이 적힌 포장지에 담았다.

그는 “신선도를 유지해 제시간에 보내기로 한 고객과의 약속 때문에 십리 밖에 있다가도 전화만 오면 창고로 달려간다”고 말했다.

그는 50가구, 80여 명이 사는 이 마을 초입에 8개 동(5000㎡)의 시설하우스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요즘엔 수확과 동시에 동생, 인부 2명과 함께 배지(培地) 만들기에 한창이다. 참나무 톱밥에 종균을 접종하는 것으로, 4개월 정도 시설하우스 재배사에 두면 버섯꽃이 핀다. 배지 1개에서 4∼5달 동안 4차례에 걸쳐 700~800g을 수확한다. 그는 “수확한 버섯은 대부분 직거래로 판매하지만,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의성지역에서 버섯 재배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각종 전국 축제나 박람회에 그의 버섯은 의성군을 대표해 단골로 선보인다. 박 씨가 의뢰하기보다 의성군과 의성군 산림조합 등에서 행사 때마다 요구하고 있다.

그는 3년 전부터 80t의 버섯을 생산하고 있다. 그는 “매년 2억5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1억 원이 넘는 순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직장인보다 소득이 많은 편이다. 또 올해부터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농장에서 직접 교육도 한다. 이를 위해 강의실과 체험장도 시설하우스 옆에 마련했다. 한 달에 60여 명이 그에게 강의를 듣기 위해 찾는다.

그는 올해 귀농 11년차로 27세 때 도시 생활을 접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13세 초등학교 6학년 때 공부를 위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대구로 간 뒤 14년 만에 유턴했다. 그는 대구에서 사진촬영 프리랜서로 일했다. 그는 “성공을 꿈꾸며 어린 시절 도시로 나갔다”며 “그러나 쥐꼬리만 한 소득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돼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서글펐다”고 말했다.

그는 13년 전 결혼한 연상의 아내(45)를 설득한 끝에 아들(13) 등 가족과 함께 귀농해 시설하우스 900㎡로 버섯 재배의 첫걸음을 뗐다. 그러나 가격 진폭이 작아 안정적이라고 믿고 재배했으나 2년도 안 돼 땅을 담보로 대출한 1억20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려 파산 직전까지 갔다. 위기에 놓인 그는 교육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경북도농업기술원과 경북대에서 진행하는 귀농인 창업·농업인 정보화·버섯마이스터 교육에 참가해 6년 동안 꼬박 배웠다”며 “2013년에는 경북도에서 수여하는 전문 농업경영사 인증을 받아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묘안을 짜내 직거래망도 구축했다. 인터넷을 뒤져 샤부샤부 등 표고버섯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국 4000여 곳의 음식점에 ‘연중 공급 가능한 맑은농장 표고버섯 이용하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수시로 보냈다. 그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1000여 곳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락해 왔다”며 “심혈을 기울여 재배하고 택배 전화가 오면 반드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 결과 100여 곳의 고정 고객도 확보했다.

박 씨는 앞으로 시설하우스를 확장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아 지역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는 게 꿈이다. 성공하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포부가 생겼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배운 것은 많은데, 무언가를 끈기있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약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적이 있고 절망도 했어요. 하지만 표고버섯 재배 전문가가 되겠다는 독한 뜻을 품고 끊임없이 도전하니 도박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서서히 희망이 보이더라고요.”

의성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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