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학년 때 시작한 복싱
올림픽 예선 패배로 좌절
글러브 벗고 상심의 세월
고교코치 하며 재기 발판
영화계 찾아가 지도 제안
기획사 문 두드려서 성공
이제는 또 다른 도약 준비
‘건강한 삶 설계자’ 팔걷어
김지훈(37) 에이팀바디사이언스 대표는 성공한 젊은 피트니스 사업가로 꼽힌다. 10여 곳의 피트니스 센터를 관리했고, 유명 연예인들의 몸을 ‘조각’한 스타 트레이너. 걸그룹 소녀시대, 동방신기, 배우 최민식, 장혁, 김수현, 박한별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건강, 다이어트 전문 서적도 여럿 썼다. 김 대표에겐 큰 위기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올림픽 무대를 동경하면서 복싱에 매진했지만,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복싱으로 터득한 끈기와 열정, 도전 정신을 앞세워 ‘몸짱’ 트레이너로 주목받았고, 촉망받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김 대표가 복싱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이른 아침 등굣길에서 달리기하는 세계챔피언 유명우(52)를 본 것이 계기였다. 복싱의 매력에 사로잡힌 김 대표는 그날 이후 국가대표를 목표로 훈련에 돌입했고 19세이던 1998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1998년 달력의 빨간 숫자를 매직펜으로 모두 검게 칠하고 ‘올해 내게 쉬는 날은 없다’면서 훈련에 몰두했다”고 기억했다.
무서울 것 없던 시절은 그러나 짧았고 김 대표는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김 대표는 2000 시드니올림픽 출전 국내 대표 선발전을 무난히 통과했지만,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카자흐스탄 선수에게 패했다. 김 대표는 “복싱은 선수 생명이 긴 운동이 아니기에 다음 올림픽까지 4년을 더 기다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크게 좌절했고, 복싱에 대한 열정이 한순간에 식어버려 글러브를 벗었다”고 설명했다.
인생 전부를 걸었던 복싱을 그만둔 후유증은 컸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체중은 금세 30㎏ 이상 늘었다. 그런 그에게 모교 서울체고에서 일자리를 제안했다. 평소 그의 성실함을 높게 평가했던 서울체고는 복싱 코치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체대에서 교직을 이수했던 김 대표는 체고의 교사가 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복싱부 코치로 3년가량 지냈다. 누군가를 지도하고 조련하는 일도 보람이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그의 터닝 포인트는 2004년. 복싱을 주제로 한 영화 ‘주먹이 운다’가 제작된다는 얘길 듣고는 직접 찾아가 복싱을 지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그때 알게 된 배우 최민식씨가 ‘개인 트레이너가 돼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개인 트레이너라는 직종은 국내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유망한 직종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조사’ 차원에서 여러 피트니스 센터를 다니며 개인 트레이닝을 받아봤다. 김 대표는 “그때 나를 가르쳤던 피트니스 센터의 여성 트레이너가 알고 보니 운동과는 거리가 먼 수학 전공자였다”며 “내가 개인 트레이너라는 영역에 뛰어들면 최고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발전을 위해선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연세대 대학원에서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했다. 경영학 수업을 청강하면서 사업 계획서 작성 방법도 익혔다. 마침 몸짱 열풍이 막 불기 시작했고, 김 대표는 연예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트레이닝을 제안했다. 링 위에서 익힌 근성과 배짱으로 문을 두드렸다. 그의 몸매 조련술은 곧 입소문을 탔고, 연예인들이 몰려들었다.
김 대표는 “다이어트는 기본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짧은 시간에 운동하지 않고 살을 빼게 할 수 있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며 “인기 연예인이라고 봐주는 것 없이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실시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뼛속까지 고통이 파고드는 고된 훈련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의 트레이닝은 빼어난 효능을 입증받았다.
김 대표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피트니스 센터 1곳을 남겨두고 모두 정리했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서다.
김 대표는 “몸매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설계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내년 3월 온라인 트레이닝을 오픈할 예정이다.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몸매 관리에 초점을 맞췄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신이 보고 배우고 익힌 트레이닝 기법을 대중화한다는 구상이다.
열정과 끈기로 도전을 거듭해온 김 대표는 포기와 안주가 습관이 된 인생의 후배, 청년들에게 작은 성취감부터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다이어트도 작은 성취감이 쌓이고 쌓여야 성공할 수 있다”며 “매일의 작은 변화가 누적돼 거울 앞의 내 모습을 바꾸는 것처럼 작지만 뚜렷한 목표를 하나씩 하나씩 이루다 보면 미처 예상치 못한 큰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헬조선’은 없다. 그 자신이 계속 변화하고, 이로 인해 발전하기 때문.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을 때 주저앉았다면 스타 트레이너라는 명성은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김 대표는 “헬조선이라는 말은 결국 핑계”라며 “누구나 바쁘게, 경쟁을 치르며 살아가는데 같은 시간을 어떤 태도로 다르게 채우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헬조선에 살고 누군가는 반대의 삶을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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