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手製 자전거 신발 제작 이즈니코리아 대표 이준희

가족 돕지만 사실상 1人사업
선수경험 바탕 독자기술 익혀
켤레당 120만원 ‘명품’ 생산
창업 2년만에 매출 100% 뛰어

“우리 제품 찾는 선수들 늘어…
외국産보다 좋은 국산 만들 것”


이봉주 등 국가대표 육상선수들은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만들기 위해 일본을 찾는다. 일본의 유명 신발 메이커들은 선수의 발 본을 떠 그 발에 꼭 맞는 작품을 만들어주는 ‘장인’을 보유하고, 세계 유명 선수들의 운동화를 맞춤 제작했다.

국내에선 사장되다시피 했던 ‘장인의 운동화’가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준희(32) 이즈니코리아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전거 동호인은 물론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들까지 수제 운동화 제작을 위해 이 대표의 회사를 찾는다. 국내에서 전문가용 사이클 운동화를 제작하는 곳은 현재 이즈니코리아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신발 제작을 위해 손님들의 발을 볼 때마다 이분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인다”며 “사업도 사업이지만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조금 덜어드릴 수 있다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10월 24일 찾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이즈니코리아 사무실은 작업장과 연결된 작은 공간이었다. 어머니 강은영(56) 씨, 부인 김하나(34) 씨가 일을 돕지만 이 대표가 혼자서 꾸려가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 혼자서 작업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도움이 많이 필요해졌다”며 “아직 직원을 정식 고용할 처지는 못돼 어머니와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웃었다. 이즈니코리아가 생산하는 맞춤형 사이클 운동화의 가격은 켤레당 120만 원 정도로 어지간한 유명 메이커 운동화보다 비싸다.

그는 “창업 첫해였던 지난해 매출은 3000만 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그 두 배가 넘는다”며 “한 번 신발을 신었던 고객 중 80% 정도는 다시 신발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제 이즈니코리아는 사이클 신발 외에 인라인스케이트나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을 위한 신발도 제작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자전거의 스트랩(페달에 달려 발과 페달을 꼭 붙이는 끈) 까지 생산하며 품목도 확대하고 있다.

그가 신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사이클 선수 출신인 본인의 경험 때문이다. 평발인 이 대표는 기존의 사이클 전용 운동화를 신었을 때 항상 불편함을 느꼈고, 자신만의 신발에 대한 꿈을 가져 왔다.

이준희 이즈니코리아 대표가 서울 송파구 거여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제작한 수제 사이클용 운동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준희 이즈니코리아 대표가 서울 송파구 거여동 사무실에서 자신이 제작한 수제 사이클용 운동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나뿐 아니라 평소 주변 선수들에게 물어봤는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원하더라”며 “수요가 이후에도 계속 있을 것이라 판단해 이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 반 전에 사이클을 그만두고 관련 회사에 들어가 일을 배우려던 이 대표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이 대표는 “국내에는 전문적인 운동화를 맞춤 제작하는 기술을 가진 장인도, 업체도 없더라”며 “전국의 모든 업체를 알음알음 소개받아 가면서 나만의 기술을 익혀 나갔다”고 회상했다. 기술력이 갖춰지자 이 대표는 서울시창업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발에 완전히 맞는 수제 사이클용 운동화를 만드는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하다. 이즈니코리아를 찾은 고객은 자신의 발 석고본을 뜨는 몰딩(Molding) 작업을 하게 되고, 이즈니코리아에선 이 석고본을 갖고 신발의 밑창을 만든다. 단순히 밑창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발바닥의 어느 부분에 힘을 많이 쓰는지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신발의 균형을 잡는 것이 포인트다. 자전거 페달에 힘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신발의 안쪽 부분은 사용자의 발 모양을 그대로 본떠 제작돼 신발이 발에 착 달라붙도록 한다. 디자인은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어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다. 처음에는 신발이 완성되는 데 8주 이상이 걸렸지만 지난해 12월 이즈니코리아가 특허를 낸 ‘카본쉘 진공압착’ 방식을 도입하면서 제작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제 신발을 주문한 지 4주 이내에 제작은 물론 배송까지 완벽히 끝난다. 이 대표가 선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기술 개발과 고객들의 어려움을 잘 알았던 것이 제품 품질 향상에도 이바지했다.

이 대표의 신발에 대한 반응은 비교적 빨리 왔다. 선수 시절 동료들이 처음 고객이 됐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입소문을 타고 점점 이즈니코리아의 사이클 신발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한국 사이클 국가대표였던 이혜진, 강동진, 임채민 선수 등이 이 대표가 제작한 이즈니코리아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한 외신 사진에 우리 선수들을 촬영하면서 이즈니코리아 제품이 크게 드러난 적이 있었다”며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자신의 후원사 운동화를 들고 환호하던 것을 봤는데 이즈니코리아 제품이 그렇게 나오니깐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 말했다. 입소문에 매스컴까지 타게 되며 이즈니코리아를 찾는 고객들은 점점 늘고 있다. 10월 25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즈니코리아의 사이클 전용 신발을 신고 나선 선수는 6명이나 된다. 소문은 해외로도 퍼져 최근 일본에서도 이 대표의 신발을 신고 싶다는 고객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포부와 목표를 묻자 이 대표는 “우리나라 사이클 선수의 절반 정도가 이즈니코리아 신발을 신었으면 좋겠다”며 “항상 외국제 신발만 찾는데 그보다 더 좋은 국산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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