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포츠 구장
미국은 프로스포츠의 천국으로 통한다. 야구, 미식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에서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를 운영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프로스포츠의 무대인 경기장 신축은 미국에서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장 건설에는 한화로 최대 조 단위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 구단이나 리그 사무국이 건설비 일부를 부담하지만, 시와 정부의 예산 등 공공자금 역시 투입된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돼야 하기에 시민의 반대에 부딪히곤 한다. 글로벌 재정위기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을 땐 경기장 신축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새 경기장 건설 여부를 해당 도시의 주민이 직접 선택한다.
새 구장 건설 계획은 5월 알링턴 시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현지시간으로 오는 8일 미국 대선일에 승인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알링턴시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아 주민투표 통과는 낙관할 수 없다. 지난달 중순 텍사스 지역 방송인 WFAA는 새 구장 건설로 인해 알링턴시가 30년간 16억75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건설비용 부담액 5억 달러의 3배가 넘는다. WFAA는 알링턴시가 5억 달러의 부채 탓에 수억 달러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이에 따라 재정 흐름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세금도 오른다. 알링턴시는 판매세, 호텔 숙박세, 자동차 대여세 등을 인상해 새 구장 건설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텍사스는 연간 1200만 달러로 예상되는 새 구장 명칭 사용권을 독점하며 매년 200만 달러의 구장 사용료를 내더라도 30년간 3억 달러의 이익을 얻게 된다.
찬성하는 쪽은 텍사스 구단이 알링턴 지역 경제의 엔진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은 건설비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맞서고 있다. WFAA와 텍사스 지역 신문인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 구장 건설에 대해 찬성이 42%, 반대가 42%로 팽팽했다. 찬반과는 별개로 응답자의 57%는 새 구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04년 11월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홈인 AT&T 스타디움 신축 공공 예산 지원 안은 주민투표에서 찬성 55%, 반대 45%로 통과됐다.
NFL 샌디에이고 차저스의 새 구장 건설 계획 역시 미국 대선일에 주민투표로 결정된다. 샌디에이고가 홈으로 쓰는 퀄컴 스타디움은 1967년 개장해 50년 가까이 됐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2002년부터 시에 구장 신축을 요구해 왔다. 퀄컴 스타디움에서는 2003년 슈퍼볼이 열렸는데 당시 NFL 사무국은 구장을 대폭 개·보수하지 않으면 다시는 슈퍼볼을 개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막대한 시 예산이 투입되는 구장 신축에 부정적이어서 10년 넘게 진척이 없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연고지 이전을 검토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프로스포츠 시장이지만 NFL 구단이 없고, 지난 1월 열린 NFL 구단주 회의에서 샌디에이고 구단에 LA로의 연고지 이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LA 램스가 연고지를 세인트루이스에서 LA로 옮겼고, LA 램스와 샌디에이고 구단은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지역에 지어질 신축 구장 ‘공유’에 합의했다. 연고지 이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샌디에이고시 당국에서 구장 신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 주민투표에는 두 가지 조례안이 상정된다. 첫 번째는 호텔 숙박세를 12.5%에서 16.5%로 인상해 이 재원을 새 구장 건설과 컨벤션센터 확장에 투입하는 내용이다. 신축 구장 건설비 18억 달러(2조600억 원) 중 시가 11억5000만 달러, NFL이 3억 달러, 샌디에이고 구단이 3억5000만 달러를 분담한다. 두 번째 조례안은 구장 신축에 시 예산 투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조례안은 주민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두 조례안 모두 3분의 2 찬성에 못 미치면 폐기되고, 모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표를 더 많이 받은 조례안이 통과된다. 지난 8월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주민의 25%가 구장 신축에 찬성했고 52%는 반대했다. 시민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특정 프로스포츠 구단을 지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홈인 오코 콜로세움은 1968년 개장됐고 관중 수용 인원은 3만5067명에 그친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홈인 트로피카나 필드(3만1042석)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작은 구장이다. 2013년 6월에는 클럽하우스 샤워실 하수관이 파열되면서 오수가 클럽하우스로 역류해 선수단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오코 콜로세움은 NFL 오클랜드 레이더스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다목적 구장이어서 야구 전용구장보다 관전하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오클랜드 구단은 새 구장 건설을 계속 시도했다. 2006년에는 샌프란시스코만에 있는 프리몬트시에 새 구장 건설을 꾀했지만 프리몬트시 주민과 시의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오클랜드 구단은 이후 아예 연고지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해 고소득자가 몰려 사는 인근 새너제이시에 새 구장을 짓고 연고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웃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새너제이시의 연고권을 주장하며 오클랜드 구단의 새너제이시 ‘입성’을 반대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새너제이시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미국 연방법원은 새너제이시가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연고지라는 판결을 내려 오클랜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탬파베이는 2007년 11월 세인트피터즈버그시에 새 구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트로피카나 필드는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새 구장 건설에 필요한 4억5000만 달러는 구단주가 1억5000만 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트로피카나 필드 매각으로 7000만 달러 이상, 세율 인상으로 1억 달러, 세인트피터즈버그시가 7500만 달러, 주차장 부지 매각으로 5000만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탬파베이의 계획은 어긋났다. 세인트피터즈버그시는 막대한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데 난색을 표했고 구단은 2010년 새 구장 건설을 완전히 포기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은 오클랜드와 탬파베이에 연고지 이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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