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방해하면 50만원, 실제로 주차하면 10만원

이중주차 하느니 차라리 주차
위반 단속 건수 해마다 증가
과태료 인상 등 조정 불가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올해 8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이 법률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으로 진출입하는 접근로에 주차하는 행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안이나 진출입 접근로에 물건 등을 쌓아두는 행위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표시선 등을 지우거나 훼손하는 행위 등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로 적발되면 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일반차량이 장애인 주차구역 안에 주차할 때는 오히려 과태료가 10만 원으로 훨씬 적어, 제도적 허점이 장애인 주차구역 내 불법 주차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오후 7시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퇴근하는 차들로 붐볐다. 30개 동에 1588가구가 사는 이 단지의 주차장은 1199대밖에 수용할 수 없어 가구당 0.63대에 불과했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 주차공간을 찾던 한 차량은 이내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댔다. 장애인 차량 스티커는 붙어있지 않았다. 기자가 다가가자 차주는 민망해하며 “자리가 없어 그랬다. 5층짜리 아파트라 주민들을 거의 다 아는데, 장애인인 분들도 없고 해서 주차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얼마나 많은 물건을 쌓아놓아야 주차 방해인지 등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양천구의 또 다른 아파트 주민 김모(42) 씨는 “주차 공간이 부족해 가끔 장애인 주차구역 앞에 이중주차를 하는데, ‘주차 방해’라고 5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린다니 앞으로는 아예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는 게 낫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 주차구역 주변에 물건을 쌓아놓거나 주차를 해서 장애인 주차구역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방해 행위에 좀 더 엄격하게 과태료를 적용하려 했던 것”이라며 “계도 기간을 거치기는 했지만 본격 시행한 지는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 좀 더 지켜본 뒤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개정이 필요한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중주차 등 장애인 주차 방해 행위에 대해 과태료가 높은 만큼 구체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찰나에 찍힌 사진만으로는 1차 경고를 하고, 동영상 등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 단속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만큼, 주차 방해 행위가 아니라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에 물리는 과태료를 올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은 상반기에만 11만9194건에 달했다.

박효목·송유근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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