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남성 2명이 북한 당국에 본인들을 골프 선수라고 속여 평양 인근에서 열린 골프 대회에 참석한 ‘간 큰’ 사연이 2일 소개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문제의 남성 2명은 호주 브리즈번 출신의 모건 루이그와 에반 셰이로, 10월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폴로 경기를 하다가 우연히 평양에서 골프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북한 내부가 궁금했던 루이그 등은 호기심에 충동적으로 북한 당국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물론 답변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북한 당국자에게 답신이 왔다. 답신에는 “당신 2명은 호주 국가대표팀이냐”고 묻는 질문이 있었고, 루이그 등이 이를 굳이 부정하지 않으면서 북한에서 진짜 초청장을 받은 것. 루이그 등은 부랴부랴 호주 대표팀 색깔인 녹색·노란색 의상을 구입한 뒤 북한에 입국, 평양에서 5일간 머물렀다.

하지만 평소 골프를 하지 않는 루이그 등의 실력은 경기에서 결국 탄로 났다. 셰이는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정말 우리가 호주 국가대표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공을 강물에 빠뜨리는 등 별로 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이그의 최종 타수는 120타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는데, 북한 캐디로부터 “당신 가족에게는 큰 수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다행히도 꼴찌는 주북 네팔 대사의 15세 딸이었다.

골프대회가 열린 골프장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5번의 홀인원을 비롯해 총 38타로, 세계기록을 작성했다고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곳이라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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