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이 주최한 ‘사제동행 캠프’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들이 지난달 7일 경북 영양군 ‘외씨버선길’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 제공
경북도교육청이 주최한 ‘사제동행 캠프’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들이 지난달 7일 경북 영양군 ‘외씨버선길’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 제공
경북 영양군 석보中 사제동행 프로그램

“교과서로만 보던 작가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까지 나누니 문학 공부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어요.”

지난여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의 광산문학연구소에는 현대 문학의 거장인 이문열 작가를 만나러 온 석보중학교 학생들로 북적였다.

평소 작가를 꿈꿔 왔다는 이모(14) 양은 상기된 얼굴로 “작가가 글 쓰는 작업 공간에 처음 와봤다”며 “나중에 제가 작가가 돼 글 쓰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마음이 들떴다”며 밝게 웃었다. 학생들은 이날 이문열 작가를 만나 소감문을 쓰고, 적은 소감문을 연구소 안 게시판에 직접 걸기도 했다.

1964년 개교한 영양군 석보면 석보중이 진행하는 사제동행 동아리 ‘공감 100℃’는 지역색을 살린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7월 8일∼10월 7일)로 스승과 제자 사이의 소통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고장에 대한 사랑도 키워나가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양군은 소설가 이문열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 등 문인을 다수 배출한 ‘문향(文鄕)의 고장’으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꼽은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은 ‘외씨버선길’ 걷기. 외씨버선길은 경북 청송군과 영양·봉화군, 강원 영월군 등 4개 군을 연결하는 길로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오는 ‘외씨버선(볼이 좁고 맵시가 있는 버선)’을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지난 10월 7일 학생들은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외씨버선길을 걸으며 ‘딱딱한 의자’와 칠판에서 벗어나 자연이 선사하는 여유를 누렸다고 말했다.

꾸려진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팀을 짜 불꽃 튀는 탁구와 풋살경기를 펼치는 ‘사제동행 학교 스포츠클럽’ 행사는 교권보호 주간에 열려 학생과 스승 간의 접점을 만드는 재미가 넘치는 프로그램이었다.

또 9월 13∼14일 1박 2일간 경북 울진군 근처에서 열린 ‘사제동행 캠프 및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전문 강사의 지도로 스쿠버다이빙과 사격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져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한울 원자력발전소를 둘러보며 원자력의 안전성과 원자력 발전의 원리 등을 배우며 실물 크기의 원자로와 터빈을 살펴보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병삼(41) 교무부장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생활 교육으로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부장은 “함께 부딪히고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참여했던 선후배와 친구, 선생님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도 느낀 것 같다”며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주도적 진로 개발 능력 향상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이런 사제동행 프로그램이 사제 간 소통 강화는 물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제동행 캠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향후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사제 간 친밀감을 형성하고 교권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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