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檢조사 수용 → 사실상 거국 내각
김병준 총리인준 압박하며 ‘정국 주도권 회복’


‘김병준 총리 지명’ 카드가 민심을 외면한 불통개각으로 비판받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조사 수용이 정국 수습을 위한 키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야권이 김병준 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 거부와 하야 촉구 등 전방위 강공책을 전개하는 데 맞서 야권과 국민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정국 수습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구상에는 박 대통령의 2차 대국민사과와 김 지명자가 주도하는 사실상의 거국내각 구성 등의 수습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야권과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정 안정에 대한 여론이 확대되면서 김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인준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게 여권의 기대다.

물론 여권에서 대통령 직접 수사 수용을 검토한 바탕에는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에 대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이미 청와대의 강력한 요청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했다고 검찰에 진술했고, 전날 긴급체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사실상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금 출연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술이 나왔다면 어떤 식으로든 박 대통령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은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수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 조사를 수용하면서 2차 대국민 사과를 병행할 경우 계속 확산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어떻게든 헌정 중단은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보수층 일부가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나쁜 카드’는 아니지만 국회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지명자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면서 여야를 아우르는 사실상의 중립내각을 구성할 경우 등을 돌린 전통적 지지층이 돌아올 수도 있다. 절차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대통령 사과, 대통령 직접조사, 거국내각 구성이라는 야권의 요구를 내용적으로는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이를 토대로 야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위기와 북핵 등에 따른 외교·안보적 위기 등을 부각시키며 국정 안정을 호소할 경우 김 총리 지명자의 국회 인준에 대한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 고비를 넘긴다면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어느 정도의 정국 주도권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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