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최순실 게이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언행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이다.

서울시 수장으로 자리매김한 이래 박 시장은 줄곧 중앙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여야간 공방에는 가급적 발언을 자제했다. 정부와 갈등을 빚을 때에는 사안별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타협과 협상의 순리를 따랐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단순한 의혹에서 사실로 굳어지면서 부쩍 목소리에 힘을 주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면서 최순실씨를 통한 대통령 연설문 개입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박 시장은 곧바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국민을 무시한 사과”라고 비판하면서 거국 중립내각 구성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박 시장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을 포함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가의 안위를 위해 비서진 사퇴와 거국 중립내각 구성해 안보와 민생을 챙겨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닷새 뒤 독일에 머물던 최순실씨가 비밀리에 입국하자 역시 SNS를 통해 “대통령이 당장 국정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청와대를 겨냥해서는 “여전히 국민들의 분노의 외침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국민과 함께 손잡고 물러나라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테두리 안에서 제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이 소폭 개각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하자 박 시장은 지난 2일 적극적 공세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는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하게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대통령으로서의 막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도덕적, 현실적 상황이 아니다”며 “경제위기, 민생도탄, 남북관계위기 등을 ‘식물대통령’에 맡겨둘 수 없다. 대통령의 위기가 나라의 위기, 국민의 불행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 중에서는 사실상 첫 번째 하야요구로, 이를 기점으로 다른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하야요구 물결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은 긴급성명에서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공언한 뒤 당일 공무를 마친 뒤 직접 ‘거리’로 나가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후 저녁 일정을 비운 채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등 결기를 모으고 있다.

SNS를 통해서도 수시로 현 시국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내는가 하면 박 대통령 퇴진 집회에 시차원의 행정적 뒷받침을 마다하지 않는 등 박 대통령의 퇴진에 ‘올인’하고 있다.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하면서 대선을 향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단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박 시장의 정치적 존재감은 커지고 있지만 서울시 안팎에서는 서울시 수장의 정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작은 대한민국인데 박 시장의 지금 행보를 보면 시정과 대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 같다”며 “나라가 어지러우니 서울시라도 안정감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시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이 너무 앞서나가는 게 아닌가 싶어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현 상황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며 “박 시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권 퇴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5일 오후 도심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박 대통령 퇴진요구 대규모 집회에 참여해 촛불을 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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