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청와대와 핫라인 통화
靑비서관들도 여러대 사용
증거은닉·검찰추적 피해
정부 ‘대포폰과 전쟁’ 역행


박근혜정부 ‘실세’들은 왜 ‘대포폰’을 사랑했을까.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관련 의혹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 줄줄이 대포폰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 씨는 대포폰을 4개나 들고 다녔다는 주장이 주변 인물들의 증언으로 보도된 바 있다. 4대의 대포폰을 돌려가면서 썼고, 그중 한 대는 ‘청와대 핫라인’이었다는 내용이다. 최 씨의 휴대전화 가운데 스마트폰이 아닌 구형 폴더폰이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할 때 사용한 대포폰일 거라는 의혹이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0월 29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자택에서 휴대전화 4대를 압수했다. 업무용 휴대전화 1대, 개인용 휴대전화 1대 외에 나머지 2대는 대포폰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 최 씨 등과 통화한 녹음 파일이 정 전 비서관의 대포폰에서 나오면서 ‘대통령은 물론 최 씨와 어떤 비밀 통화를 해야 했길래 대포폰까지 필요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자택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중에도 대포폰이 있었다. 특히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대포폰을 이용해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회유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대포폰은 개설·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 32조의 4(이동통신단말장치 부정이용 방지 등)는 다른 사람 명의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하면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같은 법 95조의 2(벌칙) 조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민간인인 최 씨는 예외로 하더라도,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안 전 수석이나 정 전 비서관이 대포폰 사용이 불법이란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 심지어 박근혜정부는 2014년 2월 검찰,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까지 동원해 ‘서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대포폰과의 전쟁을 선포한 적도 있다.

게다가 대포폰은 통상 범죄자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화다. 결국 불법인 줄 알면서도, 청와대에서 엄연히 업무용 전화가 지급되는데도 안 전 수석 등이 대포폰을 개통해 사용했다면 정상적인 업무 영역이든, 사적 영역이든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비밀스러운 업무’가 있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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