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공간의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흡사 뫼비우스의 띠를 보는 듯한 유쾌한 혼돈 속으로 이끈다. 낯익은 대상들이 상식에 맞지 않는 배치로 그림 속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처럼 어긋나는 구성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린 시절 기억을 불러내려는 것이다. 조각조각 떠오르는 유년 시절 기억의 파편들은 질서 정연할 수 없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 중 행복했던 이미지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유진실이 그림 속에 심는 것은 바로 이런 이미지들이다.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이 오늘을 살아가게 만드는 에너지 충전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밝은 색채와 섬세한 선묘로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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