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울산시장
“에쓰오일, 8조 규모 확장공사
정부·市, 규제 풀어 뒷받침해
부생 수소 60% 울산서 생산
현대 수소차 개발에 큰 도움
태화강 대나무숲·영남알프스
훌륭한 관광 자산 육성 노력
내각제가 차선책이라 보지만
現 대통령제서 갈등 조정해야”
태풍 ‘차바’가 울산을 할퀸 지 보름여가 지난 10월 20일 집무실에서 만난 김기현 울산시장의 얼굴에는 다소 지친 기색이 감돌았다.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큰 태풍 피해를 입은 탓에 거의 매일 수해 현장을 찾아다니며 복구활동에 동참하느라 바빴기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10여 년 동안 국회 의정 경험에 지방자치단체장 현장 경력까지 더해 거침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울산 경제 위기 극복 방안과 외자 유치 부문에서 다양한 성과와 아이디어를 밝히면서 미래 개척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대표 산업도시인 울산이 호황에서 불황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여기다 최근에는 자연재해까지 겹쳤는데.
“조선업 위기 등으로 가뜩이나 지역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진을 겪었고, 여기에 수해까지 겹쳐 시련이 깊다. 하지만 전국에서 응원하고 도와주시는 분도 많다. 이런 응원에 힘입어 울산시민과 함께 힘을 내고 있다.”
―김 시장은 유학을 거쳐 서울에서 정치활동을 하다 금의환향했는데, 실제 단체장으로 2년여 활동해보니 중앙 정치 무대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당내에서 여러 가지 역할도 해보다가 단체장으로 내려오니까 어떤 분은 금의환향이라고 한다. 실은 울산이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 왔던 자부심이나 긍지를 외부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워 고향에 내려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행정 경험이 필요했다. 실제로 시장 업무를 수행해보니 중앙 정치권과 행정부가 일하는 내용이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최근 헌법 개정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제는 그대로 두더라도 지방과 권력분산형으로 개정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김 시장의 생각은.
“우리나라 대통령제는 이제 사명을 다했다고 본다. 대통령의 1인자 리더십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계층은 아주 복잡해졌고, 치열한 갈등과 함께 권리 주장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헌법의 권력구조 개편은 소속 정당이나 개인적 입지와 권력을 좀 더 유지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되기 쉬운 만큼,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각제로 가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격화된 대립 시기에 리더십이 수시로 바뀌면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대통령제를 감내하면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권력구조에 대해 이해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울산이 산업도시 특성상 기업고객과 대응할 때가 많을 텐데, 행정가로서 기업가들의 발언을 듣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점이 있나.
“행정을 하면서 규제개혁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울산은 그 규제 중에서 환경 규제가 굉장히 엄격하다. 왜냐하면 가이드라인 자체를 다른 곳보다 높여놨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울산의 경우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다른 지역은 이를 허용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울산지역 기업들의 생산단가가 많이 높아진다. 하지만 시민의 생명권이란 큰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 파격적 조건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울산은 그런 복안이나 계획은 없나.
“울산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기업투자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금도 온산공단에 에쓰오일이 8조 원 규모의 공사를 하고 있다. 에쓰오일 옆의 한국석유공사 석유비축기지 지상물을 철거하고 그곳 지하에 에쓰오일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가 상당수 규제를 풀기도 했지만, 울산시도 많은 규제를 풀기 위해 중앙부처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201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서 APC사로부터 SK가스의 탈수소화공장 조성에 1억3700만 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며, 올해 초에는 이 사업에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인 PIC로부터 1억 달러의 유치도 이끌어냈다. 외자 유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올들어 벌써 국내외 투자 유치 규모가 2500여 억 원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조선, 자동차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바이오 산업을 결합해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어갈 텐데 울산시의 계획은.
“울산은 기업들이 많아 연구·개발(R&D) 결과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미국 로컬모터스라는 회사가 3D프린팅으로 차를 만드는 회사인데, 울산을 주목하고 있다. 울산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하면 바로 옆에 관련된 부품이 있고, 전문 인력이 있고, 이와 관련한 물류가 준비돼있기 때문이다. 수소차도 마찬가지다. 울산이 우리나라 부생(副生) 수소 60%를 생산하고 현대차도 있어 수소차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산업기반시설이 풍부한 울산은 무엇을 연구해서 결과가 나오면 바로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최근 관광과 문화예술산업에 역점을 두는 지자체가 많다. 울산의 관광산업에 대해 소개해달라.
“사실 울산의 산업구조는 그렇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2차 산업이 80%이고, 3차 산업 20%에 1차 산업은 0.3%밖에 안된다. 1차 산업이 적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2, 3차 산업의 8대2 구조는 좀 곤란하다. 적어도 6대4 정도는 돼야 한다. 그래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화강 대나무숲도, 동구 대왕암 공원도 좋은 관광지이긴 하지만, 높이 1000m 이상의 9개 봉우리가 펼쳐져 있는 영남알프스라는 훌륭한 관광 자산도 있다. 영남알프스는 풍광이 빼어나 주변은 물론, 전국에서 산을 좋아하는 분들로부터 각광 받는다. 여기다 옛날 죽음의 강에서 1급수로 바뀐 태화강도 좋은 환경관광 자산이다.”
정리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프로필>
김기현(57) 울산시장은 판사와 변호사, 국회의원을 역임한 법조인이자 정치인 출신의 광역단체장이다. 울산에서 부산, 서울 유학을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대구지법과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를 지낸 뒤 울산시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울산 남구을에서 처음 당선, 여의도에 입성한 후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을 거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대표적 정책통으로 꼽힌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65%의 압도적 지지로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시장에 당선된 뒤에는 예산 확보를 위해 1주일에 2∼3일 정도 서울과 세종시 왕복 출장길에 올라 ‘길 위의 시장’이란 별명도 얻고 있다. 그 덕분에 올해 울산시의 정부예산은 2조3103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 시장은 한국갤럽이 실시한 민선 6기 시·도지사 16명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2014년 하반기 이후 4반기 연속 1위를 차지,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인 이선애 여사와 1남 3녀. 등산과 사진찍기를 즐긴다.
△1959년 울산 출생 △부산 동고 △서울대 법학과 △사시 25회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 △17∼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울산 남구을)△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민선 6대 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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