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누구?”

눈을 가늘게 뜬 박대웅이 비서실장 오경태를 보았다. 오후 2시 반, 역삼동 근대자동차 회장실 안,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박대웅이 잠깐 쉬고 있던 중이다. 오경태가 반걸음쯤 더 다가와 다시 말했다.

“예, 김동일 위원장이 오후에 방문해도 좋겠느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회장님.”

“김동일?”

되물었던 박대웅이 그때야 숨을 들이켜고는 눈을 크게 떴다.

“북한 김 위원장?”

“예, 회장님.”

“나를 만나자고?”

“예, 회장님.”

“몇 시라고?”

“시간 되시는 대로 연락 주시면 방문하시겠답니다.”

“어, 만나야지.”

그렇게 말해놓고 박대웅이 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일일까?”

“이번에 오신 길에 공장 이야기를 하실 것 같습니다.”

“으음.”

어깨를 부풀린 박대웅이 심호흡을 했다.

“일성에는 들르지 않았나?”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사장단회의 취소, 아니 보류시켜. 내가 위원장 만나고 회의를 하지.”

“예, 회장님.”

“몇 시에 가능한가?”

“4시쯤이면 준비가 될 것 같습니다.”

“연락해.”

“예, 회장님.”

“그동안 우리 측에서도 대책을 준비해 놓으라고.”

“예, 회장님.”

어깨를 부풀린 오경태가 바람을 일으키며 방을 나갔을 때 박대웅은 심호흡을 했다. 오늘 정부청사에서 열린 연방대통령의 취임식을 집무실에서 혼자 보았다. 혼자 보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박대웅도 만세를 따라 부르면서 펑펑 울었기 때문이다. 만세를 10번쯤 부르고 눈물을 쏙 빼고 났더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았다. 사람들 하고 같이 보았다면 절대로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서동수가 일으킨 참기 운동, 새 바람 운동이 일어나면서부터 회사는 탄력이 살아났다. 10년 무분규 선언에다 권한을 사측에 일임한다는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대한민국 만세다.

오늘 갑자기 김 위원장이 방문하겠다는 것도 희소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남북연방이 되었으니 북한으로 기업들이 진출해갈 때가 되었다. 무질서하게 쏟아져 들어가 개판을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현재 엄격하게 허가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북한 총리가 된 실권자 김동일의 방문인 것이다. 박대웅은 다시 심호흡을 했다. 박대웅에게 북한은 황금의 땅이나 같다. 오후 4시가 되었을 때 근대자동차의 회의실에는 김동일과 박대웅이 원탁에 마주 앉아 있다. 둘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간부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다. 김동일은 오전 취임식장에서 가장 먼저 박수를 쳤다. 그것을 본 박대웅이 그때부터 눈물이 고였었다. 인사를 마친 김동일이 불쑥 말했다.

“공장 건설 문제로 왔습니다.”

숨을 들이켠 박대웅이 시선만 주었고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원하시는 땅 무상으로 제공하겠습니다. 그리고 공장 건설자금을 은행에서 빌리신다면 우리가 보증을 서 드리지요. 물론 연방정부의 허가를 받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박대웅은 숨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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