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한 불편.’
트렌드 연구가 김용섭 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장이 뽑은 ‘2017년 라이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이다. 불편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감수할 만큼 적당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음식이든, 옷이든, 신상 기기든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길게 줄 서 본 적이 있는가.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조금 맛없는 음식을 흔쾌히 먹진 않는지, 적당한 불편이란 이런 것이다.
감수해야 할 불편보다 이를 통해 얻는 결과가 더 가치 있을 때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때로는 적극적으로 불편한 경험을 쫓아다니기도 한다. 이제 사람들은 무조건 빠르고 쉽게 얻는 것보다 힘들더라도 자신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가 됐다.
김 소장은 사람들이 ‘적당한 불편’을 받아들이는 욕망을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라이프 트렌드 2017’(부키)에서 ‘적당한 불편’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트렌드 세터들을 꼽았다.
△채식주의에 동조하는 사람들(Semi-Vegetarian) = 조금 불편해도 건강을 위해, 가치를 위해 추구하는 채식주의는 확산 중이다. 이들 중 가장 유연한 ‘플렉시블 베지테리언(flexible vegetarian)’들이 늘어날 것이다. △수평적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Dutch Payer) = 한때 윗사람이 사주고 아랫사람은 얻어먹는 문화가 있었지만 이젠 안녕이다. 이젠 이런 관계가 ‘부당하다’는 인식이 강해진 탓이다. △화학적 싱글들(Chemical Human) = 전통적 의미의 결혼보다 ‘취향 따라 끼리끼리’ 연대하기를 원하는 싱글들이 많아진다. 경제도 각자 책임지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자신에 집중하는 관계다.△멋진 60대(New Sixty) = 막강한 소비력을 지닌 채 스스로 삶의 마지막이 아닌 새로 ‘시작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느끼는 젊은 노년. △낭만적 현실주의자들(Today족) =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외친다. △저녁이 있는 삶(Korean Hygge) = 일 중독으로 살지 않겠다는 이들.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고 적당히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한다. △고양이족(Cat People) =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는다. 동시에 ‘독립적이고 도도하고 내향적인’ 고양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도 늘어난다. △독립을 거부하는 사람들(New Kangaroo) = 무능해 보여도 상관없어. 학자금 갚고 돈을 좀 모을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득이라는 청년들. △매력적 공짜를 탐하는 사람들(Awesome-Free) = 공짜라고 무조건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니 공짜도 멋지지 않으면 가져가지 않는다. 공짜에도 매력이 필요하다. △같은 것을 사고 또 사는 사람들(Revolving-Door Consumer) = 같은 공연을 보고 또 보고, 구매한 물품을 또 사는 사람들. 한번 마음에 든 것은 반복해 소비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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