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탈북자 200명’ 美
젊은 층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
첫 탈북자 단체 만든 조진혜씨
中 접경서 80여명 구해내기도
“북한 인권 운동은 탈북자가 이끌어나가야 하며, 한·미 정부는 탈북자의 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북한 인권운동 및 탈북자의 ‘대모’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난 10월 말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야말로 북한 정권의 부도덕성을 알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북한 인권 및 탈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당장 지난 1일에도 한국에 본부를 둔 탈북여성단체 ‘통일맘연합’이 워싱턴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간담회를 가질 정도로 관련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7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탄압 혐의로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문화 차이와 영어능력 등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자 수도 200여 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미국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래도 이 척박한 삶 속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10년 만에 미국 내 탈북자 200명 돌파 =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는 지난 8월로 200명을 넘어섰다. 2004년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의거, 난민 자격으로 탈북자가 미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2006년 5월이었다. 당시 탈북자 5명이 미국에 입국했는데, 딱 10년 만에 200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 5월 현재 기준으로 미국 내 탈북자 197명 중 60%인 118명이 여성이다. 연령별로는 30대가 56명으로 가장 많고, 20대(49명)·40대(33명) 순이다. 거주지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데, 캘리포니아와 켄터키주에 각각 27명이 거주하고 있다. 뉴욕 20명, 콜로라도 18명, 유타 16명, 버지니아·애리조나 각각 15명 등이다.
미국 내 탈북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다른 난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마다 다르지만, 대개 3∼8개월간 매달 120달러(약 12만7600원)의 정착금과 200∼250달러의 식품 구입용 쿠폰 제공 정도다. 영어 교육이나 초·중·고교 장학금 지원은 있어도 일자리 알선은 제공하지 않는다. 숄티 대표는 “미국은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한국의 하나원 같은 조직이 없으며, 특별대우도 없다”면서 “탈북자들이 정착 초기에 영어 때문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소리는 ‘걸음마’ 단계 = 이 때문에 현재 미국 내에서 탈북자들이 주도한 정치 단체는 몇 손가락 안에 꼽는다. 대표적 단체는 2011년 9월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출범한, 첫 탈북자 단체 ‘엔케이 인 유에스에이(NKinUSA)’다. 2006년 처음 미국에 입국한 5명 중 1명인 조진혜(여·29) 씨가 2008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에 초대받은 뒤 “북한 인권을 위해 탈북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겠다”면서 만든 단체다. 조 씨의 여동생인 그레이스 조(25) 부회장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체의 목표는 탈북자 긴급 구호·탈북자 정착 지원·북한 인권문제 제기로, 지금까지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자 80여 명을 구조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씨 자매는 1998년 탈북 뒤 중국에서 10년간 떠돌았고, 미국 입국 뒤에도 워싱턴·알래스카·버지니아·메릴랜드·앨라배마주 등을 옮겨 다닌 만큼 탈북자들의 고충을 잘 안다. 조 부회장은 “아버지는 탈북 과정에서 체포돼 고문 끝에 사망했고, 6남매 중 남동생 셋은 굶어 죽었고 언니 한 명은 중국에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면서 “어머니와 언니, 나 이렇게 셋이 북한인권법 제정 덕분에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년 만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뒤늦게 몽고메리 칼리지에 입학한 조 부회장은 “아직 미국 내 탈북자 목소리는 미미하지만, 당초 작은 규모로 생각했던 이 단체도 이렇게 성장했다”면서 “조만간 탈북과정을 담은 ‘나는 그레이스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I am Grace, I have a dream)’라는 제목의 책도 발간할 계획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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