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국 저장성의 한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으로 탈북한 여종업원 등 탈북자 13명이 같은 달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이동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저장성의 한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집단으로 탈북한 여종업원 등 탈북자 13명이 같은 달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이동하고 있다.
- ⑨ 美로… 中으로… 그들의 현실

대부분의 탈북 이뤄지는 中
붙잡히면 수용소 거쳐 北 송환
中 농촌총각과 결혼 사례 늘어
일부는‘온라인 음란방송’생계


국내 입국 탈북민 3만 명 시대가 열리는 가운데 최근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는 탈북자들의 수가 증가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중국 공안 당국이 접경지대에서 감시 수준을 높이고 있는 데다 북한에서 보위부가 직접 중국으로 넘어와 이들을 송환하는 등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었어도 탈북이 성공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영국에서 망명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와 같이 제3국의 외교관이 망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탈북, 즉 북한 국경을 벗어난 여정은 중국에서 시작된다. 특히 엘리트 탈북과 달리 일반 탈북은 대부분 북·중 접경지대에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가장 많은 북한인이 활동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북·중의 관리와 탈북 대응이 탈북자들의 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함경도에 최악의 수해가 발생하면서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들이 급증한 정황이 드러났다. 베이징(北京)의 한 대북 소식통은 3일 “지난 9월 함경도에 큰 홍수가 나면서 국경에 있는 북한 측 초소들이 많이 떠밀려가거나 무너졌다”면서 “철조망도 많이 훼손된 데다 물이 빠지면서 강물도 얕아져 물리적으로는 긴 국경 지역을 모두 통제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수해 복구가 더딘 가운데 식량난도 심해져 탈북 유인의 요소가 커졌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의 수해로 인한 탈북과 한국 입국 탈북민의 증가를 직접 연계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국경 지역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근래 들어 국경 지대에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보호하거나 재물을 제공할 시 벌금”이라는 경고성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접경지역인 투먼(圖們)에 위치한 탈북민수용소에 수용자들이 급증했으며 중국 당국에 붙잡힌 탈북자들은 바로 북한으로 돌려 보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 보위부에서 직접 나와 이들을 데려간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대량 탈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탈북 시도는 늘어나지만 브로커를 거치지 않은 탈북은 여전히 ‘성공’ 확률이 낮다는 얘기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 수는 김정은 체제 들어 초기에 급감했다가 올해 들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올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가 증가한 점에 대해 북한 국경을 넘은 사람이 급증했다기보다는 그동안 국경을 넘어 중국 등 제3국에 흩어져 살던 탈북민들이 중국의 외국인 통제 및 감시 강화 정책에 따라 한국행을 택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 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북·중 무역 및 양국 협력이 가장 활발한 도시로 가장 많은 북한인이 살고 있다. 최근 단둥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교외로 조금만 나가면 농촌에서 중국 농촌 총각과 결혼해 사는 북한 여성이 많이 있다”면서 “중국 공안에 걸리면 원칙적으로는 북송하는 것이 맞지만 북한에서 잡아갈 때 너무나 끔찍하게 잡아가는 바람에 한 가정이 파괴되고 마을 전체가 시끄러워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접경지역 소식통은 최근 중국에도 농촌에 이른바 광군(光棍·노총각)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미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경우 인도주의적인 면을 참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국경 지대 인근에 정착하기도 하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지고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여성들의 경우 성매매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음란 방송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신분증이 없어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이버 머니로 돈을 벌 수 있고 밖에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베이징 =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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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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