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마스크를 하고 고개를 숙인 최순실 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예상 밖으로 뜨겁자 중국당국이 통제에 나섰다.
구치소에서 마스크를 하고 고개를 숙인 최순실 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예상 밖으로 뜨겁자 중국당국이 통제에 나섰다.

‘사이비 종교’ 등 치우친 보도
“사드반대 中·러 공작” 루머도
시진핑 주요 소식은 묻혀버려
中당국,결국 보도통제에 나서

일부 “터뜨린 韓언론 부러워”


“요즘 중국인들과 만나는 게 꺼려진다.”

최근 베이징(北京)의 한인들끼리 만나면 이런 토로를 하곤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중국에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나라 망신”이라는 것이다. 한 외교 관련 고위 관계자는 최근 베이징에서 중국 측 파트너에게 최순실 사건에 대해 꼬치꼬치 질문을 받았다. 또 다른 베이징의 외교관도 중국 측 파트너가 최순실 사건을 계속 언급하는 바람에 망신스러웠다고 한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10월 말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폐막한 날까지는 보도하지 않다가 6중전회 결과가 나온 뒤인 29일부터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했다” “사이비 종교에 홀렸다더라” “팔선녀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한 중국인 친구는 중국 내 보도된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사이비 종교가 대단하기는 한가 보다”라며 “중국도 예전에 파룬궁(法輪功)이라는 사교가 문제가 됐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제의 본질은 사이비종교가 아니다”라고 답해주었다. 다른 중국인 친구는 “이 소식이 한국 내에서 터진 것이냐”라고 물었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를 즐겨 보는 평범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한때 “이 사건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공작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CCTV나 환추스바오 등 각 매체는 앞다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다” “시민들이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로 한국인들이 배치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며 오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처럼 중국 매체에서도 ‘절친한 친구의 국정 간섭 사건(閨蜜干政)’ 혹은 ‘친구 게이트(閨蜜門·구이미먼)’로 칭하고 있다. 보도 내용도 줄어들고 있는데 그 배경은 이렇다.

6중전회 직후 11월 1일 중국 관영 매체 톱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훙슈주(洪秀柱) 대만 국민당 주석의 회담인 ‘시훙회(習洪會)’였지만 뉴스 포털 애플리케이션과 각종 SNS에서는 최순실 속보에 묻혀버렸다. 그러자 최근 중국 선전 당국은 각 매체에 ‘최순실 사건을 지나치게 크게 보도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관계가 좋지 않은) 외국의 혼란스러운 면은 부각한다’는 일종의 편집 지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나머지 국가 지도자의 행보까지 가려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관심을 끌었지만 중국 매체의 보도나 중국 지인들의 반응을 보면 본질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한 중국 내 지식인에게 물었다. 중국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별 문제 아니다” 또는 “영영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다.

한국에서 유학했던 언론계의 중국인 지인은 “사건을 터뜨린 한국 언론의 힘, 그리고 시민들의 힘이 부럽다”라고 말했다. 중국 측 파트너가 ‘최순실 사건’을 계속 언급해 고역스러웠다는 외교관은 결국 “만약 중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겠느냐”고 받아쳤다고 한다.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