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비 챙긴 뒤 무단 폐업… 가짜 학력 강사로 수강생 현혹

학생수 줄자 치열한 생존경쟁
학원비 편법으로 인상하거나
무등록 불법특강 등 수법 다양

올 사설강습 피해신고 304건
8월엔 거짓 광고 140건 적발



#1.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가기 위해 재수를 선택한 A 씨는 지난 7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B 재수학원에 등록했다. A 씨는 학원비와 논술 특강비, 식대 등으로 250만9800원을 결제했다. 그런데, A 씨가 강의를 듣기 시작하기 이틀 전 B 학원이 갑자기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 씨에게 어떤 사전 통보도 없었다. 학원에 직접 찾아가 봤지만, 학원 문은 굳게 닫힌 채 인기척이 없었다. 물론, 전화 연락도 되지 않았다. 대표적 학원가인 목동에 있는 재수학원이라 A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등록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A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했지만, 아직도 학원비를 환급받지 못하고 있다.



#2. 배우가 꿈인 C 씨는 지난해 12월 국내 유명 예술학교 진학을 위해 영화과 입시학원을 알아보던 중 D 학원을 알게 됐다. 이 학원 원장이 해당 예술학교를 졸업했다는 학원장 이력을 보고 신뢰하게 됐다. 지인 소개를 통한 데뷔가 많은 연예계에서 학원장의 이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162만 원을 내고 3개월 수강 계약을 체결했다. C 씨는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올해 3월에는 재수강을 하기 위해 또다시 162만 원을 내고 재신청까지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학원장의 이력이 거짓이라는 것을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됐다. 인터넷 카페에서 학원장이 예술학교에 다니다가 학사 경고 2회를 맞아 재적 처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상 학원장의 이력을 보고 학원 수강을 신청했던 C 씨는 이런 사실에 대해 학원 측에 항의하고 수강료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원은 학원 수강과 학원장의 이력과는 상관이 없다며 반환을 거절했다. 결국, C 씨는 “수강 계약에 있어 학원장의 약력이 계약의 가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실 중 하나로 작용했고, 이런 사실이 허위로 밝혀졌기 때문에 계약이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소비자원에 신고했다.



오는 17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계기로 본격적인 ‘입시 시즌’이 되면서 학원가를 중심으로 수능을 악용한 학원들의 불법과 횡포도 심해지고 있다. 좀 더 좋은 성적을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사설학원들의 폐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허위·과장 광고나 소위 ‘스타 강사’를 둘러싼 학원들의 횡포, 무등록 불법 특강, 학원비 편법 인상 등 그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10일 교육부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입시학원 등에 대한 피해 신고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입시학원을 포함한 일반강습 학원의 소비자 피해 신고는 지난 2014년 139건에서 지난해 100건으로 감소했다가 올해는 10월 말 현재 83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79건)과 비교해도 올해 신고 건수가 더 늘었다. 사설 강습 서비스 전체 신고 역시 올해 10월 말 현재 304건을 기록, 지난해(354건)에 근접하고 있다.

이처럼 사설 학원들의 불법과 횡포가 늘어나는 것은, 인구 노령화로 갈수록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입시 시장에서 학원 간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 응시생은 1996년 30만 명 수준에서 2016년도에는 14만 명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 정원 축소와 이른바 ‘물 수능’으로 불릴 만큼 수능 시험이 쉬워지는 추세도 학원들의 생존경쟁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때문에 대형 입시학원들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영세 입시학원들의 경우 무단 폐업이나 학원비 편법 인상 등의 불법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수학원의 경우 2000년대만 해도 2000∼3000명 수준은 거뜬히 유지했지만, 지금은 1000명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대형 입시학원에서 사업부문 매각이나 합병 등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 6월에는 유명 학원 강사와 교사가 짜고 수능 모의평가 출제 문제를 유출한 것이 적발돼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정부 합동 점검을 수시로 진행해 사설 학원들의 불법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나 무등록 학원, 미신고 개인과외 등 불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경찰청 등이 교육부와 공조해 단속을 펼치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손을 잡고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과대·거짓광고 140건을 적발해 행정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수능이 치러진 이후 면접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조바심을 악용한 학원들의 불법도 예상된다”며 “관계 기관과의 철저한 단속을 통해 이들 학원에 대해 집중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