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돈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저를 무척 좋아합니다.
태어나 처음 차리는 돌상에도 올라가는 귀한 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합니다.
모두가 저를 벌려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불법적으로 저를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시끄럽게 할 때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검은돈 말입니다.
이런 검은돈들은 빨리 사라졌으면 합니다.
잠깐 저의 일생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경북 경산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탄생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는 8단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지폐 하면 종이로 생각들 하시는데 종이가 아니라 면섬유로 만듭니다.
먼저 면섬유를 원료로 제지과정에 은화와 은사 등 위·변조 방지 요소가 삽입됩니다.
이 특수용지에 바탕 그림을 찍는데 이것을 지문 인쇄라고 합니다.
지문 인쇄를 마치면 5∼7일간 말린 뒤 금액을 표시하는 스크린 인쇄를 합니다.
여기에 위·변조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을 부착한 후 인물과 글자를 볼록하게 튀어나오도록 하는 요판 인쇄를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일련번호를 인쇄하면 비로소 제가 탄생하게 됩니다.
각 과정에서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검사 절차가 있습니다.
보통 한 장의 지폐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40여 일이 걸립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는 한국은행 금고로 들어갑니다.
한국은행 금고를 떠나 시중에 풀려야 비로소 저는 돈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시중에 사용되던 저는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와 정사실에서 사용 가능한 돈과 폐기될 돈으로 구분됩니다.
폐기가 결정되면 분쇄와 압축과정을 거쳐 지폐뭉치로 배출됩니다.
이 지폐뭉치는 재활용돼 방진재 등으로 사용됩니다.
올 상반기 약 1조5000억 원의 돈이 폐기됐다고 합니다.
지폐 2억4400만 장, 주화 1100만 개의 양입니다.
이 폐기된 돈들을 새로운 돈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219억 원의 제조비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폐기된 돈이나 제조비용 모두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사용하시는 여러분께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저를 늘 깨끗하고 귀하게 대해 주세요.
저의 몸은 소중하니까요.
글·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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