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풍족한 시절에도 야학(夜學)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도 배움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먹고 살기 급급해 미처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에게 야학은 여전히 귀중한 배움의 공간입니다.”
1983년부터 야학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박영도(57) 수원제일평생학교장은 야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장은 30년 넘게 야학교사로 일하면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60·70대 어르신부터 집안 사정이 어려운 10대 청소년, 외국인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4000여 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박 교장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자 중 상당수는 검정고시를 거쳐 취업에 성공하거나 대학에 진학했지만, 공부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르신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야학협의회장과 한국문해(文解)교육협회 이사, 한국 평생교육사협회 이사 등도 맡고 있다. 2010년 교육과학부 장관상에 이어 지난달에는 교보 교육대상도 받았다.
박 교장은 대학 재학 시절 도서관 게시판에서 야학교사 모집 공고를 보고 우연히 야학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는 “대구 효목성실고등공민학교에서 학교를 못 다니는 10대 아이들이 중졸 검정고시를 치도록 돕는 일을 했다”며 “당시에는 야학하는 대학생들이 많았고, 야학하는 것이 일종의 낭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학과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제약회사에 취직하고 결혼까지 한 후에도 박 교장은 퇴근 후 시간을 쪼개서 종로 YMCA 청소년 학교에서 야학교사로 활동했다. 1994년부터 수원제일평생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박 교장은 1996년부터 교장을 맡아 오고 있다. 그는 “야학 제자들의 배움에 대한 열의를 저버릴 수 없어 교사를 그만둘 수 없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야학교사를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가 야학을 처음 시작한 때만 해도 ‘주경야독’(晝耕夜讀·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뜻)을 하는 10대 청소년들이 야학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된 이후에는 글을 못 배운 가정주부들과 어르신들이 야학을 주로 찾는다. 박 교장은 “늦은 나이에 배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자 중에는 야학으로 인해 자신감을 갖게 된 이들이 매우 많다”며 “배우는 것이 곧 즐거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도 있었지만 힘든 일도 많았다. 대부분의 야학은 예나 지금이나 교장이 운영비를 거의 다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장 역시 20년 넘게 학교를 운영해 오면서 2억 원이 넘는 자비를 학교에 쏟아부었다. 그는 “1996년 교장을 맡기 직전에 원래 계셨던 교장이 병환으로 자리를 내놓고 나가 학교 운영비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야학을 접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그만둘 수 없어서 교사들을 다독여 다시 학교를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33년을 한결같이 야학에 매진해온 박 교장은 이제 더는 야학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오기를 갈망한다. 그는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도 명시된 기본권”이라며 “어려운 환경으로 학령기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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