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검은 그림자는 곳곳에 드리워졌다. 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마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총괄해온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측에서 요구하는 무리한 계약에 일절 응하지 않아 미운털이 박혀 사실상 경질됐다는 건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후원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마저 한국 스캔들, 즉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스폰서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IOC 차원에서 국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그래서 기업의 후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IOC는 올림픽 파트너와, 올림픽 개최국은 로컬 스폰서와 손을 잡는다. 올림픽 파트너엔 글로벌 기업체, 로컬 스폰서엔 개최국 기업체가 참여한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엔 46개 기업이 로컬 스폰서로 참여해 11억8900만 달러, 약 1조3700억 원을 협찬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은 사정이 다르다. 조직위에 따르면 로컬 스폰서 유치 목표는 소치보다 4300억 원 적은 9400억 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83% 수준인 7800억 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조직위에 따르면 2020 도쿄올림픽은 기업 후원 목표의 200%를 벌써 채웠다.
국내 기업들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무려 774억 원을 보냈으니 평창동계올림픽 로컬 스폰서의 후원 참여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조직위는 내년 초까지 목표의 100%를 채운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로 인해 기업들이 더욱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8일엔 평창동계올림픽을 취재할 전 세계 언론사를 초청, 미디어센터·수송·숙박 등 프레스 운영을 설명하는 월드프레스브리핑이 개최됐다. 오는 25일부터는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인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가 열린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시설과 운영을 최종 점검하는 테스트 이벤트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진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카운트다운이 이미 시작된 셈이지만, 가장 중요한 재정 확보라는 숙제는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의 로컬 스폰서 규모는 30억 헤알, 약 1조700억 원이었지만 조악한 시설, 부실한 운영으로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란 오명을 떠안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리우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나라는 혼란스럽고, 기업은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출연으로 인해 기업체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가 하면, 권력의 기업 갈취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림픽 후원은 그러나 부정청탁도 아니고, ‘삥 뜯기’도 아니다. 올림픽 후원은 개최국을 근거지로 삼는 기업의 권리이자 의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후유증이 있겠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치러야 한다.
j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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