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엘리트사회에 반감 폭발
민주당 혼란속 좌편향 가능성”
부동산 재벌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대이변을 두고 미국 정치 전문가 안병진(사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는 세계화와 진보 엘리트 사회에서 외면받던 이들의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미국 기득권 즉, 인사이더에 대한 아웃사이더의 반란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진보주의자의 가치가 미국을 이끌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나서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패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수십 년간 기득권의 중심에 있었던 클린턴에 대해 침묵하는 다수가 결집해 응징했고, 특히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이 심판을 내리며 클린턴이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1993년 영부인으로서 백악관 생활을 시작한 뒤 클린턴 전 대통령 퇴임 후 2001년부터 8년간 뉴욕주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2009년부터 오바마 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4년간 재직하는 등 20년 넘게 워싱턴의 중심에 있었다.
트럼프의 당선에는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와 남부 시골 지역의 표 결집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앞서 지적한 대로 대도시 위주의 진보주의에 반감을 느낀 중소 공업 도시의 백인 남성들, 그리고 이번 대선 최고의 핵심 스윙스테이트로 꼽힌 플로리다의 농민 등이 트럼프에게 힘을 모아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클린턴은 민주당 성향의 위스콘신과 미시간 등 텃밭을 내주며 힘없이 무너졌다. 위스콘신과 미시간은 1992년부터 2012년까지 6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한 ‘블루스테이트’(민주당 강세 주)다.
안 교수는 ‘트럼프 현상’으로 분열을 맞이했던 공화당이 트럼프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공화당 입장에서는 8년간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던 것을 트럼프 덕분에 되찾아온 것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보수 가치관으로 미국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등 당 지도부는 공화당 시대를 열기 위해 트럼프와 협조해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의 과격한 수사법을 부드럽게 하는 등 더 많은 보수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노력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대선은 물론 상원과 하원 다수당 지위까지 모두 공화당에 내준 민주당은 변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민주당이 당장 분열되지는 않겠지만 짧지 않은 고난의 시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 백인들의 삶의 문제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과 끝까지 경쟁을 벌였던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진보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당내 입지와 역할이 커지는 반면 월가와 가까운 기존 민주당 주류는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은 당분간 혼돈의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안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우선 트럼프를 당선시킨 백인과 히스패닉 등 이민자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리스크로 공황상태에 빠진 경제 역시 회복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불예측성으로 인한 미국 증권가의 쇼크가 이어질 것은 물론이고,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경제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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