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발언 등
한국내 안보 불안감 불식 의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방어와 관련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자의 이 같은 언급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트럼프 후보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 발언 등에 대해서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안보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공화당에서도 이단아로 평가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비즈니스 안보’가 한국에는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 또는 철수,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 하락에 따른 자체 핵무장 가능성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그동안 한·미 간에 금기시됐던 사안을 ‘돈의 문제’로 치환시켜 추가 안보비용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온 트럼프로 인해 한반도 안보환경이 일대 전환될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다.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가장 먼저 한·미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따라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 정도로 알려졌지만 트럼프는 지난 5월 CNN에 “(한국 측의) 100% 부담은 왜 안 되냐”고 반문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협상에서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정책 기조가 2차 대전 후 미국의 전통적 안보 노선과는 확연히 다른 신고립주의 노선이라는 점에서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언급만으로도 북한과 중국 등에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뉴욕타임스(NYT)에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즐겁지는 않겠지만, 그럴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7월에는 미군의 해외 전진배치가 바람직하긴 해도 불필요하다면서 미국 본토에 “언제라도 배치할 수 있다. 이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일정이 늦어지거나 한국이 비용을 일부 부담하라고 역제안할 수도 있다.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주장도 가열될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 3월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만큼 동맹에 대한 확장억제 기조를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반미감정으로 확산될 경우 비핵화·비확산을 주장해왔던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박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의지를 밝힌만큼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주한미군 철수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제한적이었던 트럼프 캠프 외교안보팀에 공화당 인사들이 추가 투입되면 기존 극단적인 입장에 대해 정책적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팀은 모두 중동정책 전문가고, 아시아나 북한 전문가는 이제 인수위에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제부터 대북 정책, 대아시아 정책 프레임이 잡히는 시기니 만큼 한국에 대한 정보량·접촉 빈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에 구체적인 ‘정치적 부담’을 요구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비해 ‘비용’으로 계산하는 트럼프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역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교 경험이 풍부한 클린턴 당선 시 남중국해 문제에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라 등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트럼프가 지금까지 한국에 내라고 한 것은 결국 돈(cost)이었다”며 “협상의 기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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