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임종룡(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명자(금융위원장)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임종룡(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명자(금융위원장)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교역 위축
불확실성 커지며 성장세 둔화

대내외 악재 대응 역량 실종
경제부처 사실상 손놓고 한숨
유부총리 “TF, 차관급 격상”


한국 경제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내놓은 개각이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경제 리더십의 공백(空白) 상태가 지속되고, 기업이 내년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등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공약을 고려할 때, 앞으로 미국의 경제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및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제금융시장은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당분간 시장 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의 증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이라는 변수가 등장하기 전에도 한국 경제는 ‘기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올 9월에는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 지표가 전월 대비 일제히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의 영향으로 올 9월 소비(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5% 감소, 2011년 2월(-5.5%)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더욱이 개각이 단행됐지만, 최순실 사건 등의 영향으로 새 경제팀이 언제 출범할 수 있을지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가 되면서 경제 부처들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도 심각한 문제지만, 대내외 리스크(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는 뜻이다.

정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그동안 금융 분야를 담당하던)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실물 경제를 포괄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하고,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차관급 태스크포스(기재부 1차관 주재)로 격상해 대응 방안 마련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를 위해 한국과 미국 간에 양자 채널을 강화하고, 미 의회와 업계 등을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 중에서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우리나라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조기에 파악해 우리나라 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자의 등장이 한국 경제에 장기적인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자는 ‘새로운 미국’의 필요성을 강조해 당선된 만큼 앞으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세계 경제의 활력 둔화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주변 국가와 세계 경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근린궁핍화정책(近隣窮乏化政策)’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국제 공조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지나치게 확산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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